- 트샤스코프스키 후보 패배는 현 정부 실정과 진정성 부족 탓… 내부서 자성 목소리

폴란드 대통령 선거에서 자유주의 진영 후보 라파우 트샤스코프스키가 보수 성향의 카롤 나브로츠키 후보에게 패배한 뒤, 자유주의 진영 내부에서 반성과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정치 평론가 다리아 치브네르는 2일 발표한 기고문을 통해 “이번 선거 패배는 단순한 전략 실패가 아니라, 국민의 감정과 정서를 외면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치브네르는 폴란드 현 정부를 이끄는 도날트 투스크 총리와 트샤스코프스키 후보가 “국민의 삶과 감정에 귀 기울이지 않았다”며, 국민이 원하는 것은 복잡한 정치적 구호가 아니라 실질적 삶의 변화와 국가적 자긍심 회복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정부가 공항 등 대규모 국가 인프라 사업을 중단하고 “정권교체”와 “법과 정의당(PiS)과의 싸움”이라는 슬로건만 반복한 점이 설득력을 잃게 만든 주요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치브네르는 “국민에게 약속했던 발전과 번영은 보이지 않고, 반(反) PiS라는 부정 메시지 외에는 내세울 것이 없었다”고 비판했다.
또한 투스크 총리가 선거운동을 소셜미디어에 과도하게 의존하며 정치적 논쟁을 단순화한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정치인을 선과 악의 대결 구도로 몰아가고, 정치적 논의를 트위터나 페이스북에서만 벌이는 방식은 오히려 민심과의 괴리를 낳았다”는 것이다.
트샤스코프스키 후보에 대해서는 “상황에 따라 입장을 바꾸는 모습으로 일관성이나 진정성을 보여주지 못했다”며, 특히 총선 당시 지지 기반이었던 진보.자유주의층의 기대를 외면한 점도 패배에 영향을 미쳤다고 진단했다. 그는 “성소수자 LGBT의 상징인 무지개 깃발을 숨기고, 보수층 눈치를 보는 언행이 반복되면서 진보 지지층의 신뢰를 잃었다”고 덧붙였다.
정부에 대한 실망감도 크다. 치브네르는 “정부는 자신들이 추천하는 대통령이 당선되면 모든 개혁이 가능하다고 주장했지만, 실질적 성과 없이 말만 반복했다”며, “기존 보수 성향의 안제이 두다 대통령이 개혁을 방해했다고 핑계를 댔지만 실제로 제출된 정책조차 거의 없었다”고 꼬집었다.
이번 선거 결과는 단순한 후보 간 경쟁이 아닌, 국민의 실망과 분노가 표출된 정권 심판이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많은 유권자들이 카롤 나브로츠키에게 투표한 것은 그가 더 나아서라기보다는 현 정권에 대한 ‘레드 카드’를 던진 것이라는 분석이다.
치브네르는 나브로츠키 당선인에게도 숙제를 던진다. “그가 단지 반정부 인사로만 머문다면, 정치적 혼란은 계속될 것”이라며, “국민 통합과 실질적 제안으로 신뢰를 쌓아야 ‘국민 대통령’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폴란드의 대선 결과는 결국 정치인들이 국민의 감정, 기대, 자존심을 얼마나 잘 읽어내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린다는 교훈을 남겼다. 치브네르는 “자신만의 메시지를 분명히 하고, 말과 행동에 진정성을 담을 때 비로소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고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