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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5.03.29 00:09
- 체코 기업 참여율 축소와 기술 고립 가능성으로 한국수력원자력에 부정 여론
- 체코 두코바니 원자력 발전소 신규 블록 건설, 프랑스전력공사(EDF)에 눈길
체코가 한국수력원자력(KHNP/한수원)과 추진 중인 두코바니 원자력 발전소 신규 블록 건설 프로젝트를 두고 불안감을 드러내고 있다. 한수원이 최근 네덜란드, 스웨덴, 슬로베니아의 원전 건설 입찰에서 잇따라 철수하면서, 체코는 한수원이 유럽 내에서 유일하게 추진하는 원전 사업이 두코바니 프로젝트만 남게 되는 상황에 직면했다.
체코 산업계는 한수원의 유럽 시장 철수가 향후 두코바니 원전의 기술적 고립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하고 있다. 또한 한수원이 체코 기업의 사업 참여 비율을 당초 60%에서 20%로 대폭 축소하면서 내부 반발도 커지고 있다.
올해 초 한수원은 네덜란드 보르셀레 원전 신규 블록 건설 사업 입찰에서 철수했다. 이에 따라 미국 웨스팅하우스(Westinghouse)와 프랑스전력공사(EDF)만이 입찰에 남게 되었다. 이는 한수원과 웨스팅하우스 간의 글로벌 원전 시장 분할 협정의 결과로 풀이된다.
한수원과 모회사 한국전력공사(KEPCO)는 지난 1월 웨스팅하우스와의 법적 분쟁을 해결하며 한수원의 원전 기술 사용 권한을 공식적으로 인정받았다. 그러나 이 협상의 여파로 한수원은 슬로베니아 크르슈코 원전과 스웨덴 링할스 원전 입찰에서도 철수했다.
이로 인해 한수원은 유럽 내에서 단 하나의 원전 사업, 즉 체코의 두코바니 프로젝트만을 추진하는 상황이 되었다. 체코 내에서는 "KHNP의 원자로가 유럽 내에서 외롭게 남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체코 정부가 웨스팅하우스나 EDF가 아닌 한수원을 선택한 이유 중 하나는 유럽 내 다수 원전 프로젝트와의 연계성을 고려한 것이었다. 그러나 한수원이 다른 유럽 국가들의 원전 사업에서 연이어 철수하면서, 두코바니 원전은 향후 기술적 고립에 처할 위험이 커졌다.
한수원이 체코 정부에 제안한 주요 조건 중 하나는 체코 기업들이 원전 건설에 60% 이상 참여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최근 체코 기업의 참여율이 20%로 축소되면서, 체코 경제계의 실망감도 커지고 있다.
원전 건설은 단순한 인프라 사업이 아니라, 국가 차원의 기술력과 산업 역량을 키우는 중요한 기회다. 체코 기업들은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국제 원전 시장에서 입지를 확대하려 했지만, 한수원의 유럽 시장 철수로 다른 유럽 국가들의 원전 프로젝트에도 참여할 기회가 사라지게 됐다.
체코 산업계 관계자는 "체코 정부가 KHNP를 선택한 이유는 단순히 가격 경쟁력이 아니라, 국내 산업 참여를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면서 "그러나 지금 상황에서는 체코 기업들의 원전 사업 참여가 크게 줄어들 것이고, 이는 장기적으로 체코 원전 기술의 발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수원의 유럽 원전 시장 철수 결정이 이어지면서, 체코 내에서는 프랑스 EDF와의 협력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EDF는 유럽 내 원전 산업을 주도하는 대표적인 기업으로 다양한 원전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EDF와 협력할 경우 체코 기업들은 두코바니 프로젝트뿐만 아니라, 향후 유럽 내 다른 원전 사업에도 참여할 기회를 가질 수 있다. 또한 EDF의 원자로는 유럽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어, 기술 연계성 측면에서도 더 유리할 수 있다.
체코 정부의 한 관계자는 "EDF는 유럽 내 원전 산업과 강한 연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체코 기업들이 더 폭넓게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며 "체코는 한수원과의 협상을 진행하면서도, EDF와의 협력 가능성도 열어두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미국의 정치적 변화도 변수다. 체코 언론들은 "KHNP가 미국과의 무역 관계를 고려해 유럽보다는 미국 시장을 우선시하는 전략을 펼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은 미국과의 협력 강화를 위해 유럽 원전 시장에서 더욱 소극적인 태도를 보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체코 정부는 한수원과의 본 계약 체결 전까지 보다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체코가 이번 원전 프로젝트를 통해 국내 산업의 발전과 경제적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최적의 파트너를 선정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수원의 유럽 원전 시장 철수는 체코의 두코바니 원전 프로젝트와 산업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체코 기업의 참여율 축소와 기술적 고립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KHNP와의 계약을 그대로 추진하는 것이 최선인지에 대한 의문이 계속되고 있다.
원전 사업은 단순한 건설 프로젝트가 아니라, 향후 수십 년간 체코 에너지 정책과 산업 발전을 좌우할 중요한 결정인 만큼, 체코 정부의 고민은 깊어질 수 밖에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