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박주평 기자 = 엔비디아가 미국 정부의 대중(對中) 수출 제한에도 불구하고 2026회계연도 1분기(2~4월) 기록적인 실적 행진을 이어갔다. 빅테크들의 인공지능(AI) 경쟁이 계속되면서 AI칩 수요가 견고하다는 점을 재확인했다. 중국 수출 제한으로 조 단위 매출 손실이 발생했지만 산업 현장에 적용되는 추론 AI가 급속도로 확산하면서 새로운 수요까지 더해지고 있다.
엔비디아에 고대역폭메모리(HBM)를 공급하는 국내 메모리 반도체 기업의 실적도 견조한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엔비디아는 28일(현지시간) 2026회계연도 1분기 매출 441억 달러(약 60조 9000억 원)를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69% 증가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16억 달러로 28% 증가했다.
엔비디아의 1분기 매출은 증권가 전망치 433억 달러를 웃도는 수치로,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H20 중국 판매 제한으로 발생한 45억 달러의 비용이 반영됐다. 엔비디아는 중국 판매 제한이 없었다면 1분기 H20 매출이 25억 달러 추가로 발생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엔비디아의 2분기 매출 가이던스는 450억 달러(±2%)를 제시해 전망치(459억 달러)를 다소 밑돌았다. 이는 중국 H20 수출 규제와 관련한 비용 80억 달러가 반영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그럼에도 AI의 중심이 학습에서 추론으로 이동하고, 기업들이 이를 활용한 서비스와 기술을 구체화하면서 AI 반도체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콜레트 크레스 엔비디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이날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추론 수요가 급증하면서 오픈AI, 마이크로소프트, 구글은 비약적으로 토큰이 늘어나는 것을 경험하고 있다"며 "마이크로소프트는 1분기 100조 개가 넘는 토큰을 처리했는데, 이는 전년 대비 5배 증가한 수치"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분기 엔비디아 기반 AI 팩토리가 거의 100개에 달하며 전년 대비 두 배 증가했다"며 "각 팩토리에 사용되는 GPU(그래픽처리장치)의 평균 개수도 같은 기간 두 배로 증가했고, 다양한 산업과 지역에서 더 많은 AI 팩토리 프로젝트가 시작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스마트팩토리는 추론 AI가 활용되는 대표적인 예다. 제조 현장에서는 수많은 데이터가 실시간으로 발생하고, 추론 AI는 이를 즉각적으로 분석해 설비 제어, 공정 변경, 품질 관리 등을 통해 생산성과 품질을 높인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도 "AI를 선택 사항이라고 생각하는 기업, 산업, 국가는 본 적이 없다"며 "이 인프라 구축의 초기 단계에 있다. 모든 국가가 이를 보유하게 되고, 모든 산업이 이를 활용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반도체에 대한 품목 관세를 추진하는 것은 변수다. 첨단 AI 가속기 대부분이 대만 TSMC에서 생산돼 수입되기 때문에 반도체 관세가 부과되면 비용 증가에 따른 수요 감소 가능성이 있다.

엔비디아가 순항하면서 AI 가속기에 탑재되는 HBM 매출도 증가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말 양산을 시작한 차세대 GPU '블랙웰' 시리즈의 B200 GPU에는 5세대 HBM(HBM3E) 192GB가 탑재된다.
이전 세대인 호퍼 시리즈의 H100(HBM3 80GB)과 비교해 고성능·고용량 HBM이 채용되기 때문에 공급 단가도 오를 수밖에 없다. 엔비디아는 블랙웰이 이번 분기 데이터센터 컴퓨팅 매출의 70%를 차지했고, 호퍼에서 블랙웰로의 전환이 거의 완료됐다고 밝혔다.
향후 블랙웰 비중이 더 높아지면 그에 따른 HBM 매출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 엔비디아에 최선단 HBM을 공급하는 SK하이닉스(000660)의 경우 1분기 영업이익이 7조444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7.8% 증가하며 역대 1분기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계절적으로 1분기가 반도체 업계 비수기인 점을 고려하면 2분기에는 범용 메모리 매출도 증가하면서 실적이 더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증권가에서는 SK하이닉스의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을 8조7000억 원 규모로 전망하고 있다.
삼성전자(005930)도 실적 반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엔비디아에 HBM3E 납품을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 품질 검증이 진행되고 있다. 올해 1분기 삼성전자 전체 영업이익은 6조6853억 원, 디바이스솔루션(DS, 반도체) 부문은 1조 1000억 원에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