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박현영 블록체인전문기자 = 6·3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 모두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도입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관련 법이 마련되기 전 입법 공백을 '규제샌드박스'로 해결하자는 주장이 제기됐다.
현재 국회는 스테이블코인 규율 체계를 담은 가상자산 '2단계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이 법안이 국회를 통과해 시행되기까지는 2년 가까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그동안 글로벌 트렌드에 뒤처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미국은 다음달 스테이블코인 규제 법안 '지니어스 법(GENIUS Act)' 통과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28일 해시드오픈리서치와 포필러스가 공동으로 주최한 '디지털 G2를 위한 원화 스테이블코인 설계도' 세미나에서 발표를 맡은 김효봉 법무법인 태평양 파트너변호사는 스테이블코인 규율 체계를 담은 2단계 법안이 필요하다며 이 같은 의견을 내놨다.
김 변호사는 스테이블코인이 규제 면에서 독특한 특성을 갖고 있다고 했다. 일반적으로 국내 법 체계에서 지급수단은 투자 자산이 될 수 없지만, 스테이블코인은 두 가지 모두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에서 유통되는 USDT(테더), USDC 같은 스테이블코인은 신용카드와 연동돼 결제 수단으로 쓰이기도 하지만, 소폭의 가격 변동성을 노린 투자 자산으로 간주되기도 한다.
김 변호사는 "스테이블코인은 결국 가치는 어느 정도 안정됐지만, (때로는) 가치가 움직이기도 하는 아주 독특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면서 "우리 법제에서 생각해보면 투자 자산을 규율하는 자본시장법에 들어갈 것인가, 지급 수단을 규율하는 전금법에 들어갈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틀에 담을 것인가 고민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궁극적으로는 스테이블코인의 그런 복잡한 특성 때문에 우리는 별도 입법을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기존 법으로 규율할 수 없으므로 새로 만들어지는 가상자산 2단계 법안에 들어가야 한다는 설명이다.
단, 전금법을 활용해야 할 필요는 있다. 법이 마련되기 전에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려면 규제샌드박스 제도를 활용해야 하는데, 규제샌드박스에는 근거 법령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김 변호사는 "우리가 2단계 법안을 만들게 되면 법안이 빠르면 올해 말에 초안 정도 나올 것"이라며 "정말 빨라도 내년에 통과가 될 것이고, 유예 기간을 거쳐 시행될 것"이라고 했다.
반면 미국은 스테이블코인 규제 법안 '지니어스 법' 통과를 앞두고 있다. 김 변호사는 "미국 법은 아마 올해 6월이면 통과가 될 것"이라며 "그러면 (우리나라는) 중간에 굉장히 큰 입법 공백이 발생한다. 그동안 아무 것도 안하기는 어려울 것이기 때문에 샌드박스에 대한 고민을 누구든지 할 것이고, 샌드박스를 활용하기 위해 기댈 수 있는 유일한 법이 현재는 전자금융거래법"이라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스테이블코인 규율 체계를 마련할 경우, 어떤 게 쟁점이 될지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대표적인 예가 '이자 지급 가능 여부'다. 미국 지니어스 법은 지난 3월 법안 내용을 수정하는 과정에서 '이자 지급 금지' 조항을 추가했다. 스테이블코인 발행사가 은행의 역할을 침범하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이같은 내용을 그대로 가져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국내에선 조율이 필요할 전망이다.
김 변호사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발행된 다음에 많이 사용돼야 하기 때문에 현재 시점에서 '이자를 주면 안된다'는 조항을 명시적으로 넣는 것은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USDT나 USDC처럼 사용자가 있는 상태가 아니므로, 이자 지급 가능성을 열어둠으로써 사용자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준비자산에 대한 규제도 필요할 전망이다. 법정화폐와 연동되는 스테이블코인은 발행 규모 만큼의 자산을 준비자산으로 갖고 있어야 하는데, 이 준비자산으로 위험한 투자를 감행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발행인 자격 또한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으로는 핀테크 업체가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것인가 여부다.
김 변호사는 "핀테크 업체는 당연히 발행을 할 수 있다. 문제는 발행과 유통을 다할 것인지다"라고 했다. 네이버, 카카오 같은 빅테크 기업을 포함한 핀테크 업체들은 유통 채널 또한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 이들 기업이 코인 사업을 하기 위해 가상자산사업자로 신고할 경우, 발행과 유통을 동시에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가상자산사업자를 규제하는 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에는 사업자가 자기 발행 코인을 유통하지 못하도록 돼 있다.
김 변호사는 "(핀테크 업체들이) 가상자산 법에 들어오고, 가상자산사업자 역할을 하게 된다면 그 때는 자기가 발행한 코인을 자기 플랫폼에 태우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며 "그러면 유통 채널을 갖고 있는 핀테크 업체로서는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할 것인지, 아니면 유통 쪽으로 방향을 틀 것인지 고민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