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대통령 당선자 카롤 나브로츠키는 누구인가?

폴란드 국민들은 2025년 대선 결선 투표에서 보수 진영의 카롤 나브로츠키(Karol Nawrocki)를 새로운 대통령으로 선택했다. 학계와 공공기관에서 활동하며 역사 문제에 깊이있게 천착해 온 나브로츠키는, 정치 전면에 등장하자마자 강한 보수 색채와 함께 우파 유권자들의 구심점으로 부상했다. 이제 그는 폴란드의 21세기 정치를 재편할 중심 인물이자, 역사적 논쟁의 당사자에서 국가 원수로 전환된 인물로 주목받고 있다. 1983년 그단스크에서 태어난 나브로츠키는 그단스크 대학교에서 역사학을 전공하고, 같은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박사 논문과 연구 활동은 주로 공산주의 시기 폴란드 내 반체제 운동, 조직범죄, 스포츠와 정치의 교차 지점에 집중되어 있었다. 그는 ‘역사 해석’을 단순한 학문적 영역이 아닌, 국민 정체성과 정치적 자율성의 문제로 인식했다. 2009년부터는 폴란드 국가기억연구소(IPN)에서 근무하면서 대중 역사 교육과 전시 기획에 관여했다. 이후 2017년에는 제2차 세계대전 박물관 관장으로 임명되었고, 2021년에는 IPN 소장직에 올랐다. 특히 ‘역사적 기억’의 정치적 해석을 강화하면서 정부와 보수 언론의 신임을 얻었고, 좌파 및 자유주의 세력과는 여러 차례 충돌했다. 그의 재임 중 IPN은 나치.소련 점령기, 반공투쟁의 영웅화, 우파 해석 중심의 전시 구성 등에서 논란을 빚었다. 그럼에도 그는 “국가의 주권은 역사 해석에서도 발현되어야 한다”는 강경한 철학을 고수해왔다. 정치적으로 나브로츠키는 명확한 우파 민족주의자다. 그는 낙태와 동성결합을 반대하며, 폴란드의 전통적 가톨릭 가치를 헌법적 가치로 지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유럽연합(EU)의 사법.언론 개입에 대해서는 강하게 비판하며, “브뤼셀(EU)은 폴란드인의 삶을 통제할 권리가 없다”고 발언해왔다. 경제정책에 있어서는 국가 중심의 복지 강화, 국산품 우선주의, 외국 자본 규제 강화 등을 지지하며, 미국과의 전략적 관계 심화를 강조해왔다. 그는 축구 팬 문화, 특히 극우 성향 훌리건들과의 과거 관계로 비판을 받았고, 한 노인과의 부동산 거래도 언론의 비난을 받았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그를 '훌리건 출신 대통령'이라 부르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이미지가 오히려 그를 ‘서민 감각을 가진 보수 지도자’로 만드는 데 기여하며, 외곽 지역과 젊은 남성 유권자층의 지지를 결집시켰다. 폴란드는 내각책임제 국가지만 대통령은 법안 거부권과 헌법재판소 임명 등 강력한 권한을 갖고 있다. 나브로츠키는 도날드 투스크 총리의 중도.자유주의 정부와 이념적으로 정반대에 서 있어, 향후 몇 년간 정국은 강한 대립과 견제가 예상된다. 그는 “정치는 가치의 문제”라고 말하며, 사법 개혁과 언론 규제 완화를 목표로 하는 정부에 제동을 걸 가능성이 높다. 나브로츠키의 당선은 단순한 정권 교체를 넘어, 폴란드 사회 내부의 보수.진보 이념 충돌이 다시 심화되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 임기는 2025년 8월 6일부터 시작되며, 앞으로 5년간 폴란드를 이끌게 된다. 투스크 총리 내각과의 이념적 차이로 인해 정국의 긴장과 견제가 불가피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