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카니 역전승…'반트럼프' 서구 동맹 똘똘 뭉치나
카니, 반트럼프 정서 공략해 대내외 존재감 키워
'블루 리버럴리즘' 카니, EU 주요 정상과 죽 잘 맞을듯
- 이지예 객원기자
(런던=뉴스1) 이지예 객원기자 = '반 트럼프'를 앞세운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의 총선 역전승이 미국을 제외한 서구 동맹을 더욱 똘똘 뭉치게 할 전망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동맹 때리기로 신음하던 캐나다·영국·유럽연합(EU)의 협력 강화가 예상된다.
28일(현지시간) 캐나다 총선에서 카니 총리의 집권 자유당이 정권 유지에 성공했다. 연초 쥐스탱 트뤼도 전 총리의 사임 이후 총리직을 이어받은 카니는 캐나다에 퍼진 반미 표심을 공략해 부진하던 자유당을 다시 일으켜 세웠다.
카니 총리는 총선 승리 연설에서 "트럼프는 절대 우리를 무너뜨릴 수 없다"고 천명했다. 그는 "미국과의 오랜 통합 관계는 끝났다"면서 "세상이 근본적으로 변했다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BBC방송은 "최근 한해는 전 세계 현직 지도자들에게 엄청난 타격이었다. 정치 스펙트럼 전반에 걸쳐 지지 기반을 잃거나 정권을 아예 상실하는 정당이 나타났었다"면서 "캐나다 총선이 이런 추세를 꺾었다"고 보도했다.
카니 총리는 지난 3월 취임 이후 대내외 모두에서 반트럼프 정서를 활용한 행보로 존재감을 키웠다. 첫 해외 순방지로 미국이 아닌 영국, 프랑스 등 유럽국을 택하면서 외교 노선을 분명히 했다.
캐나다는 그동안 무역, 안보, 기후변화 등 대다수 분야에서 EU와 긴밀한 전략적 유대를 유지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와 유럽 간 대서양 동맹을 헤집으면서 이런 협력 관계는 더욱 힘을 받았다.
영국 비영리 학술 매체 '더 컨버세이션'은 "카니가 이끄는 자유당의 총선 승리로 캐나다가 분열된 서구 사회에서 자유주의의 거점으로 떠올랐다"면서 "캐나다의 대내적 행보뿐만 아니라 지정학적 불확실성 고조 속 국제적 파트너십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위기를 딛고 정권을 지킨 캐나다의 자유당 정부가 일명 '블루 리버럴리즘'(blue liberalism)으로 통하는 중도 자유주의를 지키면서 미국과 유럽 일각에서 기승인 고립주의와 권위주의를 견제하는 역할을 할 거란 설명이다.
카니는 선출직 경험은 없는 '정치 아웃사이더'이지만 캐나다와 영국에서 중앙은행 총재를 역임한 '경제통'이다. 자유 시장 원칙을 중요시하는 동시에 사회적 자본 같은 진보적 가치 역시 강조해 왔다.
카니 총리는 중도 성향의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차기 독일 총리인 프리드리히 메르츠 기독민주당 대표 등 유럽의 주요 지도자들과 이념적으로나 정책적으로나 대체로 죽이 잘 맞을 것으로 보인다.
유럽 지도자들은 카니 총리의 캐나다 총선 승리를 앞다퉈 환영하고 나섰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유럽과 캐나다의 유대는 강력하며 더욱 강해지고 있다"며 "우리는 공동의 민주적 가치를 수호하고 다자주의를 증진하며 자유롭고 공정한 무역을 옹호한다"고 밝혔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우리의 파트너십은 공동의 역사와 가치, 주권을 기반으로 한다"며 영국 노동당 정부와 카니 총리의 자유당 정부 모두 국민이 선출했다고 강조했다. 영국 역시 작년 총선에서 노동당이 14년 만에 보수당으로부터 정권을 탈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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