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도 파는 中 라방 쇼핑몰…"美관세 절망한 수출업체 살렸죠"
'라이브커머스 1번지' 항저우의 비프렌즈, 100여개 수출기업 내수 전환 지원
자체 플랫폼 구독자만 1억명…IT 대기업 제품이나 휴머노이드 로봇도 판매
- 정은지 특파원
(항저우=뉴스1) 정은지 특파원 = 중국 주요 스타트업, MCN(다중 채널 네트워크) 기업이 모여있는 저장성 항저우는 중국 라이브커머스의 본거지로 꼽힌다. 주요 스타트업과 IT 기업이 모여있는 항저우 빈장구에는 약 300개의 라이브커머스 기업과 11만명의 관련 산업 종사자가 자리잡고 있다.
항저우를 대표하는 산업으로 자리잡은 라이브커머스는 최근 미중 무역분쟁 과정에서 수출기업에 '소방수' 역할을 했다. 그중에서도 중국 대표 MCN 회사 중 한 곳인 비프렌즈(Be Friends·중국명 交个朋友)는 최고 145%의 관세로 수출이 막힌 기업들 입장에선 '단비' 같은 존재였다.
우자루 비프렌즈 대외관계 담당 부사장은 지난 21일 본사를 찾은 주요 외신들과 만난 자리에서 "저장성 상무청과 함께 '수출기업의 내수 전환'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기업들의 신청을 받았다"며 "이를 통해 해외 수출되던 제품이 라이브커머스를 통해 국내로 판매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우자루 부사장은 미중 관세전쟁을 '풍파'에 비유했다. 그는 "수출기업들은 라이브커머스를 국내 시장을 공략하는 하나의 기회로 삼았다"며 "이 과정에서 비프렌즈는 회사 브랜드를 수립하거나 홍보하는 역할을 했다"고 전했다. 미국이 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힌 후 현재까지 비프렌즈와 프로젝트를 진행한 수출기업은 100여 개에 달한다.
실제 저장성에 본사를 둔 유아용품 기업인 퉁녠우셴은 해외 수출을 주력으로 하던 기업이지만 관세 문제로 재고가 쌓이자 MCN 회사인 비프렌즈를 찾았다. 비프렌즈는 퉁녠우셴에 중국 시장에 적합한 패키징 작업이나 브랜딩 작업을 도와 라이브커머스에 관련 제품을 소개했다. 국내 시장에 적합한 가격대 설정 전략도 제시했다. 라이브커머스를 판로를 확보함에 따라 회사의 매출은 30% 이상 증가할 것으로 회사 측은 기대했다.
우 부사장은 "전자제품 수출의 경우 국내외 사양이 다르기 때문에 수출 기업의 국내 판매가 적합하지 않을 수도 있다"며 "회사에서는 국내 사정에 적합한 규격을 최적화해 내수 전환을 도왔다"고 설명했다.
다만 최근 미중 무역전쟁이 일시적 '휴전'에 접어들면서 수출 기업을 대상으로 한 내수 지원 프로그램은 당분간 중단된 상태다. 우 부사장은 "수출기업들의 해외 수출이 재개됨에 따라 그들은 수출 물량을 출하하는 데 분주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수출기업이 라이브커머스를 통해 신속하게 내수 전환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비프렌즈가 이미 중국 내에 구축한 든든한 판매망 덕분이다. 항저우, 베이징 등에 60개가 넘는 라이브커머스 방송 센터를 운영 중인 비프렌즈는 자체 플랫폼에만 1억 명이 넘는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다. 라이브 방송을 통한 제품 직접 판매는 물론이고 홍보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항저우에 둥지를 튼 '항저우 육소룡' 중 휴머노이드 스타트업인 유니트리 제품이 비프렌즈에서 판매되기도 했다. 중국 내 IT 대기업으로 분류되는 오포, DJI, 비보 등도 이곳을 통해 홍보에 나섰고 해외 기업들도 비프렌즈를 찾는다. 2023년엔 200만 위안(약 3억 8000만 원)짜리 상업 위성이 판매돼 중국 내에서 큰 반향을 얻었다.
이들은 딥시크 등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방송 원고를 작성하거나 하는 방식으로 판매량 증대에 나서고 있다. 우 부사장은 "최근 입사한 쇼호스트는 경력이 크게 없었지만 딥시크의 도움으로 원고 최적화 작업을 거쳤다"며 "4시간 만에 1억 3000만 위안의 판매고를 올리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 외에 상품 선별 등 작업에 있어서도 AI 접목으로 효율성을 높였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다만 중국 내 라이브커머스 산업이 격화됨에 따른 어려움도 존재한다. 현재 라이브커머스를 통해 판매되는 제품의 이익률은 1% 수준이다. 당국이 라이브커머스 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것도 위험 요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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