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 미국과 무역전쟁 맞서는 중국도 아프다
- 정은지 특파원

(베이징=뉴스1) 정은지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2기가 출범하자마자 중국을 겨냥해 미국이 선포한 무역전쟁으로 전 세계에 불확실성과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중국은 '하늘이 무너지지 않는다', '미국에 무릎 꿇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연일 발신하며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으나, 일부 중국인들 사이에서는 어느 정도 불안감도 엿보인다.
얼마 전 점심시간이면 인근 직장인들로 붐비는 한 식당을 찾았다. 테이블 간 거리가 매우 좁아 옆 테이블에서 하는 말을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는 곳이다. 기자의 테이블 옆에서 다정하게 밥을 먹고 있던 커플 중 남성은 여성에게 "지금 소고기를 많이 먹어두라"고 했다. 이 남성은 "단체대화방에서 미국이랑 무역전쟁을 하게 되면 소고기 가격이 오를 것이라고 하더라"라고 부연했다.
어떻게 보면 지극히 일상적 대화일지라도 미국과 맞서는 중국 내에서도 무역전쟁의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는 것이다.
최근 연락한 한 지인은 "관세 영향이 나에게도 올지 몰랐다"며 집에 수개월 치 액상 분유를 쌓아둔 사진을 보내줬다. 이 지인은 "원래 아기가 먹던 미국산 액상 분유가 있었는데, 관세 인상 소식에 판매가 중단되면서 어쩔 수 없이 경쟁사의 액상 분유를 살 수밖에 없었다"고 울상을 지었다. 무역전쟁의 영향이 일상의 한 부분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가뜩이나 경제 둔화 우려로 근심이 커진 사람들도 쉽게 지갑을 열지 않을 태세다. 최근 만난 한 택시 기사는 "작년부터 조금씩 체감 경기가 나빠지고 있다고 느꼈는데, 무역전쟁이 시작된다고 하니 누가 이제 돈을 쓰겠냐"고 말했다. 중국 정부의 '이구환신'과 같은 보조금 정책이 있으니 어느 정도 버텨주지 않겠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먹는 음식을 빼고 옷, 가구, 전자제품 등에 돈을 쓰면 얼마나 쓰겠느냐"고 오히려 반문했다.
그러나 중국 관영 언론을 비롯한 중국 언론과 SNS 등을 보면 중국인들이 갖는 불안감은 딴 세상 이야기처럼 들린다. 오히려 중국 상품을 수입하는 미국 기업이나 소비자의 피해가 예상되며 중국 기업은 수출 다변화로 이를 극복할 수 있다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여기에 미국산 제품을 대체할 자국산 제품 명단을 올리는 식의 '애국 소비'를 조장하기도 한다.
중국은 줄곧 "무역·관세 전쟁엔 승자가 없다"는 말을 되풀이해 왔다. 이는 미국에 맞서는 중국 역시 승자가 될 수 없다는 얘기일 수 있다. 결국 누가 조금이라도 손실을 최소화하면서 이번 전쟁을 치르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다. 현재로선 전 세계를 적으로 돌린 미국보다는 이미 트럼프 1기를 경험하면서 '칼을 갈고' 준비해 힘을 키운 중국이 여유로운 상황이라는 판단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장기화 양상을 띠는 미중 무역전쟁은 이제 막 시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무역전쟁 속에서 우리는 '양자택일'의 선택을 강요받을 가능성이 크다. G2의 기침에 우리는 감기에 걸릴 상황이 올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도 주변 상황에 휘둘리지 않고 국익을 극대화할 전략 마련에 집중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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