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주씩 걸리는 에베레스트 등정 사흘에 끝…'기적의 가스' 시끌
영국 국회의원 포함된 등반대, 제논 가스 흡입해 저산소 적응 과정 생략
"관광업 피해·등반 본질적 의미 상실" 윤리 논란…"위험 감소·시간 단축" 반론도
- 박우영 기자
(서울=뉴스1) 박우영 기자 = 영국 산악인들이 운동 능력을 높이는 제논 가스를 흡입한 뒤 통상 몇 주씩 소요되는 에베레스트 등정을 단 며칠 만에 마쳤다고 뉴욕타임스(NYT) 등이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영국 등반가 4명은 16일 런던에서 출발, 단 사흘 만인 21일에 에베레스트 산 정상에 올랐다. 해발 8849m인 에베레스트 정상에는 산소가 희박해 베이스캠프에서 몇 주씩 적응 훈련을 거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이들은 등반 2주 전 제논 가스를 흡입해 이 같은 과정을 생략했다.
제논 가스는 산소가 부족한 환경에서도 혈류가 충분히 산소를 운반할 수 있도록 돕는 물질로, 세계도핑방지위원회에 의해 금지 약물로 지정됐으며 남용 시 사망할 수 있다.
이들의 제논 사용을 두고 산악계에서는 윤리적 논쟁이 오가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히말 가우탐 네팔 관광청장은 "제논을 사용하면 등반 시간이 줄어 셰르파를 비롯한 네팔 관광산업에 피해를 줄 것"이라며 "제논 사용은 등반 윤리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등반가 휴 몽고메리는 "원하는 것을 언제든 손쉽게 얻는다는 것이 과연 좋은 것일까"라며 "성취감을 얻기 위해 필요한 희생이 무시되고 있진 않은가"라고 반문했다.
반면 이번에 제논 가스를 사용한 등반가 가운데 한 명인 알리스테어 칸스 영국 노동당 국회의원 겸 국방부 차관은 "나에게도 에베레스트 산을 오를 6주, 8주의 시간이 있었다면 그렇게 했겠지만 현실은 내가 정부 고위 관료라는 것"이라며 "우리는 소요 시간을 안전하게 줄일 수 있다는 점을 증명해냈다"고 강조했다.
이들을 도운 등반가 루카스 푸르텐바흐는 "(관광청의 우려와 달리) 이번 여정에 셰르파도 함께했고, 산에서 머무는 시간이 줄어들수록 등반가들이 눈사태, 저체온증, 낙상 등의 위협에 노출될 확률은 줄어들어 더 안전하다"며 "이것이 에베레스트산 상업적 등반의 미래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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