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이 제안한 평화각서 받아들여라"…러, 우크라 압박
러 외무부 대변인 "이제 우크라이나가 협조할 차례"
젤렌스키 "시간벌이용일 뿐" 일축…전장 우위 지속하려는 의도
- 강민경 기자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향해 평화각서 작성을 제안하겠다고 한 것과 관련해 러시아 정부는 우크라이나에 협조를 요구하며 압박에 나섰다.
리아노보스티 통신 등에 따르면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20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러시아가 푸틴의 구상대로 우크라이나 측에 향후 평화 협정의 기반이 될 각서에 대한 공동 작업을 제안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자하로바 대변인은 "이제 우크라이나의 차례"라며 "중요한 결정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우크라이나가 국가를 보존하기 위해 건설적 입장을 취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날 푸틴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평화 협정의 윤곽을 그리는 각서를 제안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푸틴은 이 각서가 분쟁 해결 원칙과 평화 협정 체결 일정, 휴전 가능성 등을 규정하는 내용이 담길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하로바는 이 각서에 "분쟁 해결을 향한 움직임은 근본 원인을 제거하지 않고는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는 이해를 기반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지난주 이스탄불에서 열린 우크라이나와의 직접 회담에서 1000 대 1000 규모로 포로 교환이 이뤄진 것도 러시아의 주도로 이뤄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러시아는 이번 각서 제안을 통해 협상의 주도권을 잡으려는 동시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제안한 정상 간 직접 회담을 피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젤렌스키는 텔레그램을 통해 "러시아가 시간을 벌려는 게 틀림없다"고 지적했다.
BBC방송은 러시아가 여전히 우크라이나와 서방으로부터 너무 많은 양보를 요구하고 있으며 평화각서 작성은 결국 더 유리한 조건에서 협상하기 위해 시간을 벌려는 시도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 전쟁연구소(ISW)는 러시아가 전장에서의 우위를 지속하기 위해 평화 협상을 지연시키려 하고 있다고 봤다.
실제로 러시아가 평화각서 작성에 착수한다면 꽤 긴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레오니트 슬루츠키 러시아 하원(국가두마) 국제문제위원장은 국영방송 로시야24와의 인터뷰에서 각서 작성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내다봤다.
슬루츠키는 "일부 유럽 지도자들의 방해가 예상되기 때문에 각서의 모든 조항을 세밀하고 견고하게 작성해야 한다"며 푸틴이 각서 작성을 직접 통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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