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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시아 TODAY] 길은 달라도 마음만은…패엽경, 바이란, 그리고 목판

19세기 베트남의 <목판 대보적경>
19세기 베트남의 <목판 대보적경>

(서울=뉴스1) 강희정 서강대 동아연구소장 = 최근 코엑스에서 열린 <서울국제불교박람회>에서 뜻밖에도 베트남 불교 부스에 발길이 몰렸다. 여기서는 베트남에서도 우리와 비슷하게 목판을 이용해 불교 경전을 찍었다는 걸 보여주고, 같은 방식으로 부처님의 발바닥 도장을 찍어보는 행사를 펼쳤다. 같은 불교문화권인 네팔이나 스리랑카와 달리 한국과 거의 같은 방식으로 경전을 인쇄했다는 점이 눈길을 끈 것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세계유산 해인사 팔만대장경도 목판이고, 조선 시대 인쇄물의 대다수는 불교 경전이든 문집(文集)이든, 사서(史書)든 대개 목판으로 만들었다. 목판인쇄는 일정한 크기로 넓게 다듬은 나무판자에 글자를 새겨 종이에 찍는 방식을 말한다.

우리와 같은 한자문화권인 베트남 역시 동일한 방법으로 나무판에 한자로 실록과 문집, 불교 경전을 새겼다. 이러한 목판인쇄는 문서의 보급과 불교 대중화에 기여했다. 한자를 쓰는 방식이나 나무를 깎는 방식은 차이가 있어도 목판으로 다양한 기록을 남겼다는 점에서 우리와 다를 바 없다. 그 가치를 높이 평가 받아 베트남의 마지막 왕조인 응우옌 왕조의 왕실 문서 목판과 빈 응이엠(Vinh Nghiem) 사원의 목판 불경도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됐다.

기록을 남기는 것은 인간만이 할 수 있다. 인류가 쌓아온 이상과 사고의 흔적들을 목판이라는 방식으로 전한다는 점에서 베트남의 기록물들은 눈여겨볼 가치가 충분하다. 동남아의 기록유산은 아직 충분히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지만 또 다른 인류 유산의 보고(寶庫)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많은 것은 불교 기록물이다. 불경과 승려들의 어록, 계율과 사찰의 역사를 기록한 것들이 주류이다.

베트남도 불교 신자들이 적지 않지만 불교는 특히 대륙부 동남아시아, 미얀마, 태국, 캄보디아, 라오스의 주요 종교이다. 대략 태국 인구의 95%, 미얀마 인구의 86%, 캄보디아 인구의 95%가 불교를 믿는다고 하니 거의 국교나 다름없다. 세계 3대 종교라면 기독교, 불교, 이슬람교라 할 수 있는데, 이들 종교는 모두 동남아시아의 서쪽에서 발생해 동쪽으로 전해졌다. 뜻밖에도 세계에서 이슬람 인구가 가장 많은 곳도 동남아시아이다. 종교는 사람이 와서 직접 전하지만 다양한 신상이나 물품, 기록을 통해 종교 문화를 이식한다.

불교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러면 인도에서 동남아시아로 불교를 전할 때, 가져온 경전은 어떤 형태였을까? 적어도 목판으로 인쇄한 불경은 아니었다.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패엽경(貝葉經)이다. 패엽경은 말 그대로 패엽이라 불리는 나뭇잎에 쓴 경전을 뜻한다. 하지만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그런 나뭇잎에 쓴 것은 아니다. 원래 패엽이란 패트라(Pattra)라는 나무의 잎을 의미한다. 통상 종려나무과에 속하는 탈라(Tala) 잎을 썼다고 한다. 하지만 현재 남아있는 패엽경은 잎이 넓은 야자수 계통의 식물을 쓴 경우가 대부분이다. 물론 자연 상태의 나뭇잎을 그냥 쓸 수는 없다. 나무의 종류에 따라 기록용으로 만드는 방법은 다르다. 동남아에서는 넓은 잎을 골라서 바닷물에 담갔다가 말리고, 다시 담갔다가 말리는 과정을 여러 번 되풀이해서 오래도록 썩지 않는 상태로 만든다. 그 위에 글자를 새기고, 양쪽에 구멍을 뚫어 여러 장을 겹쳐서 꿰면 책과 같은 형태의 패엽경이 된다. 인도의 패엽경이 동남아로, 중국으로 전해지면서 불교 교리가 퍼진 것이다.

19세기 태국의 <바이란>

야자수가 많은 동남아에서 패엽경은 좀 더 다양하게 확산되었다. 태국과 미얀마, 라오스 모두 이와 비슷한 종류의 패엽경을 만들었다. 불교문화가 뿌리 깊은 태국에도 곳곳에 사찰이 있고, 사찰 내에 따로 패엽경을 모아둔 전각이 있다. 이를테면 우리나라의 장경각(藏經閣), 경루(經樓)에 해당한다. 라오스 역시 다양한 패엽경을 만들고 보존해 왔다. 라오스와 태국에서는 이를 바이란이라고 부른다. 바이란 역시 야자나무잎이란 뜻이다. 한국에서 공적개발원조(ODA)의 일환으로 라오스 바이란 조사 및 디지털 복원 사업을 진행한 바 있고, 바이란의 내용 일부를 읽기 쉬운 현대 라오스말로 번역하는 사업도 후원했다.

신심 깊은 불교도가 많은 미얀마 역시 인도에서 지리적으로 가까울뿐더러 패엽경 재료를 구하기도 쉽다. 비단 패엽만이 아니다. 미얀마의 민돈왕은 만달레이 쿠도도에 비석처럼 큰 대리석 경전을 새기도록 했다. 700여 점 남아있는 이 석경은 ‘세계에서 가장 큰 책’이라 불린다. 나라마다 말도 다르고, 풍습도, 문화도 다르지만 불교라는 종교와 관습을 유지하고 있는 곳에서는 저마다의 방법으로 불교 사상과 계율을 지키고 후세에 남겼다. 패엽경이든, 바이란이든, 목판이든 기록을 전승한 방식에는 차이가 있지만 우리가 함께 보호하고 보존할 필요가 있는 인류의 유산이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석경을 안치한 미얀마의 <쿠도도 파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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