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틸리티' 황재균·'선발' 이용찬…시험대 오른 이들의 선택
포지션·보직 과감한 변화…2루수 송성문·포수 강백호도 눈길
부상서 돌아온 소형준 선발 테스트…키움 김건희, 포수 컴백
- 권혁준 기자
(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2025시즌 KBO리그 시범경기가 8일 시작된다. FA와 트레이드 등으로 팀을 옮긴 선수들, 외인과 루키 등 '새 얼굴'이 첫선을 보이고, 정식 도입되는 피치클락이 적용되는 무대다.
그 못지않게 관심을 갖는 부분이 있다면 '변화'를 택한 선수들이다. 생존을 위해, 자신의 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 팀 사정에 맞춰 기존의 포지션과 보직 대신 새롭게 출발하는 이들이다.
팀 입장에서도 변화를 준 선수들의 적응 여부는 매우 중요하다. 시범경기는 이들이 정규시즌 '본 게임'에서도 제 몫을 해낼 수 있을지 확인하는 시험대가 될 수 있다.
변화를 꾀한 선수 중 첫손에 꼽히는 이는 황재균(38·KT 위즈)이다. 황재균은 오랫동안 리그 최고의 3루수로 활약했다. 당장 지난 시즌에도 선수협 시상식에서 올해의 3루수로 뽑히는 등 수비 능력도 출중했다.
그러나 올 시즌 황재균은 더 이상 '붙박이 3루수'가 아니다. 3루뿐 아니라 어느 곳에도 확실히 정착하지 않은 채 여기저기 옮겨 다니는 '유틸리티 플레이어'로 변모했다.
그는 최근 몇 년 간 공격에서 아쉬운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엔 2010년 이후 14년 만에 0.260의 낮은 타율로 시즌을 마쳤다.
비시즌 KT는 FA 시장에서 3루수 허경민을 영입했다. 이에 황재균의 자리는 불확실해졌고, '생존'을 위해 유틸리티 플레이어의 역할을 받아들였다.
그는 스프링캠프에서 기존 3루수와 함께 유격수, 2루수, 1루수까지 내야 전 포지션을 훈련했고, 심지어 외야로 나가 좌익수까지 소화했다. 언제 어디서든 '구멍'이 생기면 메우겠다는 각오다.
이강철 KT 감독은 "시범경기까지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했지만, 황재균은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체중도 12㎏이나 감량하며 어떠한 포지션에도 적응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비쳤 다.
또 다른 베테랑 이용찬(37·NC 다이노스)은 마무리투수에서 선발투수로 보직을 바꿨다. 그는 지난 시즌 3승9패 16세이브에 평균자책점 6.13을 기록하며 최악의 성적을 남겼다.
불펜투수가 부진할 경우 불펜 내에서 역할을 바꾸는 게 일반적이지만, NC는 이용찬에게 선발투수 임무를 맡겼다.
그는 두산 베어스 시절이던 2010~2011년, 2018~2019년에 선발 투수로 한 시즌을 소화한 경험이 있다. 2018년엔 15승3패에 평균자책점 3.63으로 활약하기도 했다.
물론 30대 후반에 접어든 현재와 당시를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노련함을 무기로 다시 한번 선발투수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 보인다는 각오다.
키움 히어로즈의 송성문(29)은 팀의 사정에 따라 포지션을 옮긴 케이스다.
지난 시즌 0.340의 타율에 19홈런 21도루 104타점 등으로 활약하며 잠재력을 폭발한 그는, 주포지션인 3루수 대신 2루수로 자리를 옮긴다.
2루수는 올 시즌 메이저리그에 도전하는 김혜성(LA 다저스)의 자리였다. 홍원기 키움 감독은 2루수 경험이 있는 송성문을 2루로 옮기고, 3루수엔 여러 신예 선수들을 기용해 수비 안정화에 공을 들인다는 방침이다.
강백호(26·KT 위즈)의 경우 지난 시즌 갑작스럽게 맡았던 포수 포지션을 올 시즌엔 본격적으로 소화한다.
서울고 시절 포수로 활약했던 그는 프로 데뷔 이후엔 공격력 극대화를 위해 포수 대신 1루수와 외야수 등을 소화했다. 하지만 좀처럼 수비 불안이 가시지 않았고, 지명타자로 고정되는 일이 잦아졌다.
그러다 지난 시즌 '시험 기용'한 포수 포지션에서 나쁘지 않은 모습을 보였고, 올 시즌엔 스프링캠프에서부터 본격적인 훈련에 나섰다. 이강철 KT 감독은 강백호를 주 2회 정도 포수로 내보내 주전 포수 장성우의 체력을 안배한다는 구상이다.
같은 팀 소형준(24)의 경우 직접적인 변화는 아니다. 원래 역할이던 선발투수를 소화하기 때문이다.
다만 2023년 큰 부상을 당해 팔꿈치 수술을 받고 돌아온 뒤 치르는 첫 풀시즌이다. 그는 지난 시즌 중반에 복귀해선 불펜투수로 나서 짧은 이닝만 소화했다.
스프링캠프에서 2이닝까지 소화하던 소형준은 시범경기에서 좀 더 이닝을 늘리고, 정규시즌부터는 정상적으로 선발 로테이션에 투입된다.
이밖에 지난해 '투타 겸업'을 진행하다 시즌 도중 타자에 전념하기로 한 김건희(21·키움)는 올 시즌 원래 포지션인 포수에 집중한다.
장타 잠재력을 갖춘 김건희가 '주포지션' 포수 역할을 맡으면서 타격에서도 활약한다면, 키움은 또 한 명의 '스타 플레이어'를 배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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