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묵인·방조' 확인됐나…한덕수·최상목 출금·소환, 수사 박차(종합2보)
대통령실 CCTV 확보한 경찰, 엇갈린 진술 확인…위증 혐의 검토
'尹 체포방해 혐의' 경호처 간부들 출금 연장…비화폰 정보 삭제 정황
- 박혜연 기자
(서울=뉴스1) 박혜연 기자 = 경찰이 내란 혐의를 받는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최상목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출국금지했다. 경호처의 협조로 비화폰 서버와 대통령실·안전가옥 폐쇄회로(CC)TV 영상을 확보하기 시작하면서 내란 혐의 수사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단장 백동흠 안보수사국장)은 이달 중순쯤 한 전 총리와 최 전 부총리에 대해 출국금지 조처를 했다고 27일 밝혔다.
경찰은 앞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해서는 지난해 12월 8일 긴급출국금지 조치한 바 있다.
이들은 지난해 12월 3일 계엄 선포 직전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해 내란을 묵인하거나 동조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지난주 경호처 협조를 통해 12월 3일 오후 6시쯤부터 다음날인 12월 4일까지 '계엄 국무회의'가 열렸던 대통령실 대접견실 CCTV 영상을 확보했다.
수사기관이 대통령실 CCTV를 확보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강경파'였던 김성훈 전 경호처 차장이 물러나면서 그동안 수사기관의 압수수색에 철통같았던 경호처의 기조가 협조적으로 바뀐 영향이 컸다.
영상을 분석한 경찰은 이들이 언론 보도나 국회 증언에서 사실과 일부 배치된 주장을 한 것으로 보고, 전날 오전 10시쯤 한 전 총리와 이 전 장관을, 낮 12시쯤에는 최 전 부총리를 소환해 각각 9시간 이상 고강도 조사를 진행했다.
경찰은 조사 과정에서 한 전 총리와 최 전 부총리의 내란 묵인·동조 정황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계엄 관련 문건이나 행적과 관련해 국회와 헌법재판소에서도 거짓말을 한 것으로 보고 위증 혐의를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한 전 총리는 비상계엄 선포를 사전에 몰랐고,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당일 오후 8시 55분쯤 대통령실에 도착한 이후에야 계엄 선포 계획을 인지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한 전 총리는 지난해 12월 최기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서면에서 "적극 반대했지만 막기 어려웠고 국무회의를 명분으로 최대한 시간을 벌어 계엄을 막기 위해 국무위원들에게 연락했다"고 밝혔다. 국무회의를 소집한 건 한 전 총리였다는 설명이다.
이후 열린 이른바 '계엄 국무회의'는 당일 오후 10시 17분부터 10시 22분까지 대통령실 대접견실에서 정식 국무회의가 아닌 '간담회 형식'으로 진행됐다. 한 전 총리와 최 전 부총리, 이 전 장관은 모두 이 자리에서 계엄에 대해 반대나 우려 입장을 표명했다고 밝힌 적이 있다.
이들이 계엄 관련 '지시사항' 내지는 '문건'을 받았는지 여부도 주요 쟁점이다. 최 전 부총리는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비상입법기구 예비비 확보'를 지시하는 계엄 문건을 받았다고 알려졌지만, 지난해 12월 국회 긴급 현안질의에서는 "무슨 내용인지 모르고 경황이 없어서 보지도 않았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한 전 총리는 헌법재판소에 증인으로 출석해 계엄 관련 지시사항이 담긴 문건을 받은 적이 없다고 증언했다. 당시 국회 대리인단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이 전 장관과 조태용 국정원장, 한 전 총리에게 관련 문건을 줬다고 증언했다"고 지적했었다.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 의혹'을 받는 이 전 장관은 혐의를 적극 부인하고 있다. 이 전 장관은 '단전·단수'가 적힌 쪽지를 받은 적이 없고, 윤 전 대통령 집무실에 들어갔을 때 멀리서 얼핏 봤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경찰 특수단은 윤 전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 방해 혐의를 받는 박종준 전 경호처장, 김성훈 전 경호처 차장, 이광우 전 경호본부장에 대해 이달 출국금지 조치를 연장했다.
경찰은 최근 경호처 비화폰 서버에서 윤 전 대통령과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 등 3명의 비화폰 정보가 지난해 12월 6일 원격으로 삭제된 흔적을 확인했다.
지난해 12월 6일은 홍 전 차장이 경질됐다는 보도가 나온 날이다. 당시 홍 전 차장은 국회에 출석해 윤 전 대통령이 계엄 선포 직후 전화통화에서 "이번 기회에 싹 다 잡아들여"라며 정치인들을 체포하라고 직접 지시했다고 폭로했다.
경찰은 비화폰 서버에 접근할 권한이 있는 경호처 측이 증거를 인멸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 중이다.
앞서 경찰은 김성훈 전 차장이 지난해 12월 7일 경호처 비화폰 서버 관리자에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의 비화폰 단말기 통화 기록을 삭제하라고 구두 지시한 정황을 포착했다.
당시 증거 인멸 우려를 이유로 경호처 직원들이 반발하자 김 전 차장은 "전체 단말기를 보안조치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차장은 비화폰 서버 삭제 지시 의혹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라며 "규정에 따라서 보안 조치를 강구한 것일 뿐, 삭제 지시는 없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를 토대로 경찰은 김 전 차장을 비롯한 경호처 간부들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은 지난 3월 "피의자들의 방어권을 지나치게 제한한다"며 기각했다.
hypark@ir7th.shop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