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극으로 돌아온 '층간소음'…면목동 살인부터 봉천동 방화까지
봉천동 아파트 방화, 지난해 9월 윗집과 층간소음 발단
분노사회 된 韓…층간소음 강력범죄 2016년 11건→2021년 110건
- 신윤하 기자
(서울=뉴스1) 신윤하 기자 = 이웃 간 층간 소음으로 시작한 갈등이 살인·방화·폭행 등 강력 범죄로 발전하면서 충격을 더하고 있다. 2013년 면목동 층간소음 살인 사건으로 층간소음 관련 강력범죄 문제가 우리 사회에 대두된 이후 유사한 범죄들은 증가하는 추세다.
21일 경찰 등에 따르면 서울 관악구 봉천동 아파트 방화 용의자 A 씨는 지난해 말까지 화재가 발생한 집 아래층인 3층에 거주하며, 윗집 주민과 층간 소음으로 인한 문제를 겪었다.
A 씨는 지난해 9월 윗집 주민과 몸싸움까지 벌여 경찰도 한 차례 출동했다. 당시 상대 주민이 처벌을 원하지 않아 형사처벌까지는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에서 층간소음이 사회 문제로 두드러지기 시작한 것은 2013년 면목동 층간 소음 살인 사건부터다. 설 연휴 기간이었던 2013년 2월 9일 서울 중랑구 면목동의 한 아파트에서 윗집 층간소음에 화가 난 김 모 씨(당시 45세)가 명절을 맞아 부모를 뵈러 온 30대 형제 2명을 흉기로 찔러 살해했다.
원래 윗집엔 60대 노부부만이 살고 있었지만 명절 전이라 여러 사람이 모여 평소보다 더 북적거렸다. 당시 아랫집에 살던 B 씨의 내연남이었던 김 씨는 위층에 올라가 30대 형제를 밖으로 불러내 아파트 화단에서 흉기로 찌른 후 달아났다. 형제의 아버지도 참극의 여파로 사건 발생 19일 만에 숨졌다.
2016년 7월엔 경기 하남시의 아파트에 거주하던 김 모 씨(당시 33세)가 윗집에 침입해 60대 노부부에 흉기를 휘둘러 아내인 C 씨(당시 65세)를 숨지게 하고, 남편 D 씨(당시 67세)에 상해를 입혔다.
김 씨는 위층의 노부부를 찾아가 여러 차례 "조용히 해달라"고 했지만 "노부부만 살고 있어 층간소음이 발생할 일이 없다"는 답을 받자, 범행을 저지르기로 마음먹었다.
김 씨는 인근 마트에서 흉기 2자루를 구입하고, 위층 현관문 앞 천장에 초소형 캠코더 1대를 설치해 집 비밀번호도 파악했다. 비밀번호를 알아낸 지 40여일 만에 김 씨는 윗집에 침입해 흉기를 휘둘렀다.
지난해 5월엔 서울 강서구 화곡동의 한 빌라에서 임 모 씨(당시 42세)가 층간 소음 문제로 아랫집과 갈등을 겪던 중 건물 옥상에서 우연히 만난 아랫집 주민 50대 E 씨에게 흉기를 여러 차례 휘둘러 살해했다. 이 과정에서 임 씨를 말리는 E 씨의 딸 F 씨에게도 흉기를 휘둘러 상해를 입혔다.
이사 온 지 얼마 안 됐던 임 씨는 아래층으로부터 '쿵'하는 소리를 듣고, 자신을 향해 악의적으로 소음 공격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 범행을 저질렀다. 하지만 정작 한집에 사는 임 씨 부모는 아래층 소음을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다고 증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0년대까지만 해도 '예민해서 일어난 문제'로 간주하던 층간소음 관련 강력범죄는 최근 몇 년 동안 급격하게 증가하는 추세다. 경실련에 따르면 층간소음 관련 살인·폭력 등 5대 강력범죄는 2016년 11건에서 2021년 110건으로 10배 증가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한국 사회 자체가 분노 사회로 변하면서 불쾌 감정이 이러한 방화나 보복 운전 등 극단적 공격 행위로 나아가는 연결고리가 강해졌고 사회와의 유대관계는 약해졌다"며 "층간소음관리위원회의 역할을 실효화하고, 근본적으로 층간 소음을 보완하는 장치 등을 설치할 뿐만 아니라 이웃 간의 상호 신뢰와 유대감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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