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사태 재연 없었다…헌재 진공상태·평의 장기화 효과 톡톡
[尹탄핵인용] 일부 尹 지지자 소동 외 차분…朴 탄핵 때와 비교
전문가 "경찰 '진공상태' 주효…장시간 의견 표명도 이뤄져"
- 김종훈 기자
(서울=뉴스1) 김종훈 기자 =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 결정에도 불구하고 지지자들이 헌재 판단에 불복하며 유혈 사태가 발생한 지난 2017년과 달리 일부 돌발행동을 제외하면 차분한 분위기를 유지했다.
전문가는 경찰이 헌법재판소 주변을 이른바 '진공상태'로 만든 데다, 지난 1월 발생한 서울서부지법 난동 사태를 교훈 삼아 경비작전을 펼쳐 큰 불상사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5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헌재가 윤 전 대통령을 파면한 4일 헌재 주변은 일부 윤 대통령 지지자가 파면 결정에 격분해 경찰버스를 파손하거나, 분신하겠다고 예고한 것을 제외하면 평온한 상태를 유지했다.
윤 대통령 파면 선고가 나온 직후인 4일 오전 11시 40분쯤 지하철 3호선 안국역 5번 출구 인근 수운회관 앞에서 20대로 추정되는 남성 1명이 곤봉으로 경찰버스 유리창을 깨부순 것 외에는 이렇다할 폭력사태가 발생하지 않았다.
경찰은 이 남성을 범행 현장에서 공용물건손상 혐의로 현행범 체포했다. 유리창을 부수는 데 사용한 곤봉도 압수됐다.
파면 선고 후 4일 낮 12시 49분쯤엔 대통령 관저가 있는 서울 용산구 한남동 인근 상가에서 '분신을 한다'는 신고가 들어와 소방과 경찰이 출동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다행히 현장에서 인화 물질이 발견되지 않아 헤프닝으로 마무리됐다.
이같은 일부 돌발행동을 제외하면 헌재 인근은 경찰의 삼엄한 경비 속에 '진공상태'로 유지됐다. 8년 전 박근혜 전 대통령이 파면된 뒤 헌재 인근이 '아수라장'으로 변한 것과는 비교됐다.
지난 2017년 3월 10일 박 전 대통령이 파면되자,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우리는 국민 저항권을 발동할 것"이라고 외치며 헌재로 돌진하기 시작했다. 일부 지지자들이 미리 준비해 온 사다리로 경찰 버스 위로 올라가고, 깃발로 경찰을 찌르거나 물병을 집어던지는 등 공격 행위를 서슴지 않았다.
폭력시위가 확산하자 경찰은 이날 오후 3시쯤 1차 해산명령을 시작으로 오후 6시까지 총 세 번의 해산명령을 내렸다. 오후 7시쯤 집회가 해산되며, 헌재 인근이 평화를 되찾기까지는 7시간 40분이라는 긴 시간이 걸렸다. 이 과정에서 시민 4명이 목숨을 잃기도 했다.
8년 전과 같은 폭력 사태가 발생하지 않은 데에는 일찌감치 헌재 주변을 '진공상태'로 만든 경찰의 판단이 통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임준태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헌재 주변 접근을 엄격히 차단한 게 주효했다"며 "치밀한 경비 작전을 전개하지 않았다면 이번에도 뚫렸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2일부터 헌재 안전 확보를 위해 반경 150m에 차단선을 구축했고, 선고 당일에는 전국에 '갑호비상'을 발령해 동원 가능한 경력을 100% 동원해 헌재 주변을 집중적으로 관리했다.
지난 1월 발생한 서울서부지법 난동 사태는 경찰에게 경각심을 갖게 했다. 당시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되자 흥분한 지지자들이 법원 후문 쪽 담장을 넘어 건물 외벽을 훼손하고, 창문을 부수는 등 난동을 벌였다.
경찰 관계자는 "(서부지법 난동 사태가) 상당한 영향을 줬다"며 "반면교사로 삼아 더 많은 인적·물적 자원을 (경비에) 투입했다"고 밝혔다.
헌재의 판단 기간이 길어진 가운데 계속된 탄핵 찬반 양측의 집회·시위에서 의견 표명이 충분히 이뤄지면서 폭력 사태까지 번지지 않은 측면도 있다. 국회에서 윤 대통령 탄핵 소추안이 통과된 지난해 12월 14일 이후 매주 주말 서울 도심을 중심으로 탄핵 찬반 집회가 이어졌다.
임 교수는 "탄핵 국면에서 찬반 양쪽의 의견이 상당히 오랜 기간 지속됐다"며 "이런 상황에서 헌재가 전원일치로 (파면을) 결정해 생각이 다른 사람들도 수긍하게 된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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