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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첩 방화"·"김건희 호마의식"…피해자 억장 무너지는 '산불 음모론'

탄핵 찬반, 산불 음모론 확산…전문가들 "동시다발 산불, 연례행사"
재난도 진영논리 땔감으로…"정치 양극화 대결 구도 과열"

경북 의성 산불이 영남권 전체로 번지며 18명의 사망자가 발생하는 등 피해가 확산하는 가운데 26일 오전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산불 관련 실시간 뉴스 화면을 시청하고 있다. 2025.3.26/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서울=뉴스1) 신윤하 기자 = 전국 곳곳에서 대형 산불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는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 탄핵 찬성 측과 반대 측이 산불을 진영 논리와 연결 짓는 음모론을 쏟아내고 있다. 안타까운 피해자가 실존하는 재난마저 각자의 진영논리를 강화하기 위한 땔감으로 쓰고 있단 지적이 나온다.

"간첩·중국인 방화" vs "김건희 호마의식"…재난을 음모론에 사용한 탄핵 찬반

26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디시인사이드, X(구 트위터) 등 SNS와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산불과 관련한 무차별적인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탄핵 찬성 측은 김건희 여사가 산불로 무속적 의식을 실행했다는 주장을, 탄핵 반대 측은 간첩·중국인이 방화했단 주장을 내놨다.

디시인사이드, 에펨코리아 등 보수 성향 커뮤니티에선 간첩들이 윤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를 앞두고 사회 혼란을 조장하기 위해 고의로 산에 불을 지른 것이란 주장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중국인과 간첩이 산불로 연막을 친 후 중국 정부가 군사 작전을 전개하려 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지하철 2호선 신도림역 탈선 사고와 최근의 단전·단수도 간첩과 중국인의 소행이라 보고 있다. 관련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게시판엔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에어부산 화재 등도 간첩이 일부러 불을 지른 것이란 게시글이 다수 등록됐다.

한편 탄핵 찬성 측에선 김건희 여사가 윤 대통령 탄핵 정국 흐름을 바꾸기 위해서 '호마 의식'을 했다는 음모론을 펼쳤다. 호마 의식이란 불교, 힌두교, 자이나교 등에서 행해지는 불을 이용한 종교의식이다.

구독자 2만 명이 넘는 진보 성향 유튜버는 "불이 강한 사람(김 여사)이 더 강력한 불을 이용해 주변의 안 좋은 기운을 태워버릴 수 있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통령실이 대변인실 명의의 공지를 통해 법적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경고하자, 영상은 내려간 상태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X 등 SNS를 통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탄핵 반대(좌측) 측의 주장이 담긴 포스터, 탄핵 찬성(우측) 측의 주장이 담긴 X 갈무리

전문가들 "동시다발 산불은 많아…억장 무너진 피해자들을 정치적으로 악용"

하지만 이런 주장은 유언비어에 가깝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제언이다. 화재 원인은 소방 당국이 조사 중이지만 실화에 의한 화재일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1일 오후 3시 26분쯤 경남 산청군 시천면 야산에서 발생한 불은 인근에서 농장을 운영 중인 A 씨가 사용하던 예초기에서 튄 불꽃이 원인인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22일 경북 의성 산불은 성묘객이 묘지를 정리하던 중에 났고, 24일 통영 야산 산불은 부모님 묘소를 찾아 제사를 지내던 60대가 초를 피우다가 초가 넘어져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단기간에 많은 불이 난 것은 맞지만,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이례적인 일은 아니란 분석도 제기된다. 2002년 4월 5일 식목일엔 하루 동안 63건의 산불이 발생한 바 있다. 통계적으로 건조하고 강한 바람이 부는 3·4월에 산불이 많이 나기도 한다. 산림청에 따르면 지난 2015년부터 2024년 사이 최근 10년간 한 해 평균 546건의 산불이 발생했고, 이 가운데 46%(251건)가 3·4월에 집중됐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이미 산불 원인이 대략 나오고 있지 않냐. 누군 성묘하다가 그랬다고 하고, 누군 예초기 사용하다 그랬다고 한다"며 "예년에도 동시다발적으로 산불이 난 적은 꽤 많았다. 연례행사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무고한 피해자가 실재하는 재난마저 진영 논리 속 음모론에 악용하는 세태에 우려를 표했다. 음모론이 난무하는 것은 계엄·탄핵 정국에 우리 사회의 국론이 얼마나 심각하게 분열돼 있는지 보여준단 지적도 제기됐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내전 상황으로까지 표현되는 정치 양극화 속에서 대결 구도가 너무 과열돼 있다"며 "그러다 보니 뭔 일만 터지면 남의 탓을 한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참사로 정신없고 피해 본 사람들은 정말 억장이 무너지는 일인데, 음모론을 만들어 유포하는 건 그걸 정치적으로 악용하는 것"이라며 "우리가 진영과 관계없이 피해자에게 위로를 건네야 하는 때인데, 오히려 이를 악용해서 남을 문제 삼고 탓하는 식의 행동은 정말 안 좋다"고 말했다.

sinjenny97@ir7th.sh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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