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신용불량자인데…딸 결혼 비용 보태려다 사기당한 내게 막말" 분노
- 소봄이 기자

(서울=뉴스1) 소봄이 기자 = 딸의 결혼 자금과 집안 생활비를 위해 대출받았으나 나 몰라라 구박만 하는 남편과 이혼하고 싶다는 아내의 하소연이 전해졌다.
지난 26일 JTBC '사건반장'에는 30년간의 결혼 생활이 야속하다는 60대 주부 A 씨의 제보가 전파를 탔다.
A 씨는 "신혼 초 남편은 사업이 망해 신용불량자가 돼 일용직을 전전하는 생활을 했다. 저 역시 두 딸을 둘업고 시장에 나가 노점 생활을 했다"며 "조그마한 가게를 열었지만 그것도 잘 안돼 생활비를 얻으려 대출까지 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두 딸이 미술에 재능이 있었는데 그걸 뒷받침해 주지 못한 게 가슴 아프다. 큰딸은 미대에 입학했지만 등록금과 재료비를 내주기 어려웠고, 둘째 딸은 학원비까지 부족한 상황이어서 결국 큰딸이 자퇴해 바로 취업 전선에 뛰어들었다"고 털어놨다.
아픈 손가락이었던 큰딸이 1년 전 남자 친구를 데리고 와 결혼하겠다고 얘기하면서 A 씨와 남편의 갈등이 불거졌다.
당시 A 씨는 지인으로부터 "좋은 투자처가 있다. 딸 결혼시켜야 하지 않냐"는 제안을 받았다. 남편에게 상의했지만 "우리도 힘든데 무슨 결혼 자금이냐"며 시큰둥한 반응에 A 씨 혼자서라도 딸을 챙겨야겠다는 마음에 지인을 믿고 투자했다.
"투자금을 더 넣어야 한다"는 업체의 유도에 급하게 대출까지 받아 무려 1000만원을 투자한 A 씨는 결국 사기당했다고. 그는 "투자를 권했던 지인은 연락 두절됐고, 마음고생하다가 남편한테 모든 일을 털어놨다"며 "남편이 이해해 줄 거라고 기대했는데, 너무 싸늘하게 '지금 제정신이냐?'고 소리 지르며 욕까지 퍼부었다"고 속상해했다.
그러면서 "남편은 절 쓰레기 보듯 하다가 집으로 들어갔고, 안방 침대에 있던 제 베개를 거실로 던졌다. 그때부터 남편은 안방에서, 저는 거실에서 자는 각방 생활이 시작됐다"고 토로했다.
그렇게 1년간 각방 쓴 부부에겐 또 다른 문제가 발생했다. A 씨는 "투자금을 갚기 위해 쓰리잡을 하고 변호사도 만나봤지만 받기 어렵다는 얘길 들었다"며 "근데 얼마 전 시어머니 생신날, 가족 식사 모임 자리에서 갑자기 남편이 '아내가 돈 사고를 쳐서 죽고 싶다. 이 여편네가 멍청하고 한심하다'고 소리쳤다. 보다 못한 아주버니가 남편을 데리고 가면서 마무리됐다"고 설명했다.
A 씨는 "사기당한 내 잘못이려니 하고 꾹 참았다. 그래도 남편이 한 번쯤은 '같이 힘내서 해결하면 된다. 괜찮다. 걱정하지 말라'는 말을 해줄 줄 알았다. 지금까지 한 번도 그런 말을 들은 적 없다"고 씁쓸해했다.
그러다 최근 남편으로부터 "대출 이자 내고 있냐?"는 질문을 받았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제가 사기당한 1000만 원 외에도 남편 병원비와 두 딸을 위해 빌린 대출금 2000만 원이 더 있었다. 신용 좋지 않은 남편을 대신해 이 모든 부담을 나 혼자 짊어졌다. 그런데도 남편은 책임을 통째로 제게 떠넘기고 남의 일처럼 물어보더라"라며 "제가 화가 나서 아무 말도 못 하니까 남편은 '널 보면 가슴이 답답하다'면서 나가버렸다. 결국 제가 이혼하자고 말 꺼냈지만 남편은 대답 없는 상태"라고 전했다.
동시에 "잘살아 보겠다고 노력했지만 사기당한 건데, 나 몰라라 하는 남편과 이혼밖에 답이 없는 건지 모르겠다"고 했다.
양지열 변호사는 "생활비 때문에 빌린 돈이기 때문에 굳이 책임으로 따지면 남편도 같이 감당해야 할 부분"이라며 "A 씨에게는 법적으로 책임이 없다. 오히려 남편이 굉장히 부당한 대우를 한 것이기 때문에 이혼할 때 책임은 남편에게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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