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때렸수다' 고대 축제 메뉴 논란에 삭제…"미화·희화화 아냐"
'좌파게티·우파김치', '계엄말이' 등 풍자…"계엄 장난인가"
- 남해인 기자
(서울=뉴스1) 남해인 기자 =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학생들이 학교 축제 주점 메뉴 이름으로 12·3 비상계엄을 희화화했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관련 게시물을 삭제하고 사과에 나섰다.
21일 대학가에 따르면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학생회는 전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넷플릭스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의 제목을 차용한 듯한 '계엄, 때렸수다'를 제목으로 하는 주점 홍보 포스터를 게시했다. 포스터에는 '군사 1급기밀'이라는 문구도 적혀있다.
포스터에 실린 주점 메뉴판에는 '이재명이나물삼겹살', '윤석열라맛있는두부김치', '좌파게티·우파김치', '계엄말이' 등 메뉴 이름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상추쌈을 먹는 사진, 윤석열 전 대통령이 두부를 먹는 사진 등이 담겼다.
이들은 포스터를 게시하며 "당면한 수많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바로 우리의 대통합"이라며 "본 주점은 현 정권에서 발생한 계엄 사태만을 풍자하는 것을 의도로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를 두고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선 "비상계엄을 희화화했다"는 비판 의견이 일었다. "계엄이 장난이냐", "풍자의 진정한 의미를 모르는 것 같다", "학생회의 자정 작용이 부족했다" 등 반응이 누리꾼들 사이에서 나왔다.
논란이 커지자 학생회는 홍보 포스터를 삭제하고 학생회장 명의 사과문을 게시했다. 학생회 측은 "계엄이라는 소재를 다루며 인식이 부족했던 점을 인정한다. 상처받은 분들께 사과의 말씀을 전한다"고 적었다.
이어 "현실 정치에서 나타나는 위기 상황과 극단적 양극화를 비판적으로 성찰하고자 주점을 기획했다"며 "계엄은 이를 풍자하기 위한 상징적 장치였지 제도를 미화하거나 희화화하려는 의도가 전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갈등과 분열을 넘어서는 시민적 연대와 책임의 가치를 표현하고자 했으나 표현 방식이 일부에게 상처를 준 점 무겁게 받아들이고 앞으로 표현과 기획에 있어 더욱 신중하고 책임 있는 자세로 임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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