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후 연기' 李 파기환송심 논쟁 속 내부선 "사법부 겁박 안돼" 비판도
서울고법, 파기환송심 사실상 중단…대선 이후로 변론기일 연기
현직 판사들 조희대 대법원장 비판…'과도한 비난 안 돼' 반론도
- 이세현 기자
(서울=뉴스1) 이세현 기자 = 법원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에 대해 사실상 재판 진행을 중단했지만 법원 안팎에서 여진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사상 초유의 '대법원장 청문회'를 진행한다며 사법부를 압박하고 나섰고, 법원 내부에서는 '대법원장이 선거 개입을 했다'고 비판하는 판사들도 나타났다.
일각에서는 일부 판사들이 '대법원장 때리기'에 몰두한 나머지, 가장 중요한 사법부 독립에 눈을 감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7부(부장판사 이재권 박주영 송미경)는 전날(7일) 이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파기환송심 1차 공판 기일을 당초 예정했던 5월 15일에서 6월 18일로 변경했다.
앞서 서울고법은 대법원이 지난 1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 후보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유죄 취지로 사건을 돌려보낸 지 하루만인 지난 2일 담당 재판부를 배당했다.
배당 직후 재판부는 파기환송심 첫 공판을 오는 15일 오후 2시로 지정하고 서울남부지법과 인천지법 집행관을 통해 인편으로 소송 서류를 송달해달라는 촉탁서를 보내는 등 사건 진행에 초유의 속도전을 폈다.
그러나 이 후보가 전날 서울고법에 기일변경신청서를 내자, 서울고법은 40여 분 만에 기일을 대선 후로 변경하는 결정을 내렸다고 발표했다.
법원 관계자는 기일 변경과 관련해 "대통령 후보인 피고인에게 균등한 선거 운동의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없애기 위해 재판 기일을 대통령 선거일 후로 변경했다"고 설명했다.
법원의 설명 등을 종합해 볼 때 기일 변경에 대한 논의는 이 후보의 신청 전부터 이미 진행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법원의 이 같은 선택은 대법원 전원합의체 선고 후 이어진 내·외부 비판 때문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은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지난 1일 이 후보의 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해 파기환송 결정을 내린 후 전원합의체 재판장인 조희대 대법원장의 탄핵을 거론하고 나섰다. 또 민주당 차원에서 조 대법원장을 직권남용 등 혐의로 고발하고, 대법원장에 대한 청문회도 열겠다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법원 내부에서도 조 대법원장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전날(7일) 법원 내부 통신망인 코트넷에 "조 대법원장은 반이재명 정치투쟁의 선봉장이 됐다"면서 "사법부의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해명할 수 없는 의심에 대해 대법원장은 책임져야 한다. 사과하고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산지법 동부지원의 한 판사도 "그 피고인(이재명 후보)의 몇 년 전 발언이 평화로운 대한민국에 계엄령을 선포해 온 국민을 공포에 떨게 한 전직 대통령의 행위보다 악랄한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청주지법의 한 판사도 최근 "대법원이 선거판에 뛰어들었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대법원의 판결에 불만이 있더라도 정치권이 대법원장의 탄핵이나 청문회를 추진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또 사법부 내부에서까지 대법원장을 지나치게 비판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재경지법의 부장판사는 "진행 중인 재판과 수사에 관해서는 국정조사를 할 수 없다"며 "권위주의 정권 때나 있을 법한 일이 2025년에 일어나고 있고, 이런 식으로 사법부를 겁박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지방법원의 한 판사도 "만약 대법원장을 불러 청문회를 한다 치면, 그다음은 누구겠느냐"며 "앞으로 다수당 마음에 들지 않는 판결을 한 법관은 누구든지 국회에 불려 갈 수 있다는 이야기다. 한 번 시작되면 누구도 감당 못 하는 상황이 생길 것"이라고 했다.
한 고법 판사는 "각자의 생각이 다를 수 있고, 대법원에 대해 학술적인 비판도 있을 수 있다"며 "그러나 판결의 판시 내용을 넘어서 개인적인 공격까지 하는 것은 부적절한 것 같다"고 말했다.
재경지법의 부장판사는 "판결에 대한 불만과 걱정은 다들 가질 수 있지만, 판사들은 더 큰 가치인 헌법상 재판의 독립을 이야기해야 한다"며 "판사의 독립을 뺏으려는 시도가 진행돼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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