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북한군이 바라본 北 특수훈련…"수도 '방어·공격' 같이 준비"
[155마일] 前 북한 인민군 장교, 폭풍군단 출신 군인 인터뷰
- 유민주 기자
(서울=뉴스1) 유민주 기자 = 무인기(드론)로 정찰 활동을 하는 군인, 위장복(길리슈트)을 입은 저격병. 그동안 보지 못했던 북한군의 모습이다. '차력쇼'를 연상케 하던 북한 특수부대원들의 훈련이 진화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쌍안경으로 현장에서 이 훈련을 지켜본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는 흡족한 듯 연신 미소를 지었다.
실제로 북한에서 훈련을 받아본 군인의 눈에는 지난 14일 공개된 북한군 훈련 영상에서 무엇이 보일까? 17년 동안 군 생활을 한 북한 육군 장교 출신 박유민(가명) 씨와 특수부대인 11군단에서 약 5년간 복무한 이웅길(44) 씨를 만나 이들의 시선에서 현재 북한에서 벌어지고 있는 대규모 훈련 과정을 바라봤다. 각자 겪어본 '북한 군대'를 토대로 지난 13일 진행된 '병종별 전술종합훈련' 영상을 분석했다.
"'(훈련에서) 방어사령부 군인들은 수도 침투를 막는 역할을 하고, 특전사 부대원들은 그들을 뚫고 들어가는 훈련을 동시에 진행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난 20일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과거 11군단 87 경보병 여단 소속이었던 이웅길 씨가 최근 북한이 공개한 훈련 영상을 보고 든 생각을 말했다. 실전에 약하거나 안 좋은 평가를 받은 부대들에 대한 보고가 올라가면 북한은 이들 부대와 다른 여단(연대)들을 배합해 진행하는 훈련을 하는 경우가 잦기 때문에 이번에도 그럴 가능성이 높다는 추측에서다.
북한 매체들은 지난 14일 김정은 당 총비서가 인민군 수도방어군단 제60훈련소를 방문해 병종별 전술훈련을 참관했다고 보도했다. 매체들은 "만능 대대 기준 돌파를 위한 특수작전 구분대들의 각종 전술 연습과 땅크병(전차병) 구분대 대항 경기 순서로 진행된 훈련은 참관자들의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고 전했다.
이날 매체는 만능대대 기준 자격을 돌파한 인민군 제11군단 관하 구분대 전투원들만 콕 집어 김 총비서와 기념사진을 촬영했다고 보도했는데, 그 외에도 다양한 특수작전군 '여단'(연대)들이 훈련에 참석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 씨에 따르면 과거 평양시 외곽을 지키는 수도방어사령부(일명 91훈련소) 소속의 지인들은 대다수의 훈련 시간을 진지 방어선을 공사를 하는 데 동원됐다고 한다. 수도방어군단은 수도를 방어하고 침투 작전을 수행하는 핵심 부대이지만 현대전을 경험하지 못해 전력 강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따라서 이들의 훈련에는 특수작전군 예하 정예부대로 파병 북한군의 주력 부대이기도 한 제11군단 관하 구분대들을 이번 훈련에 의도적으로 같이 배치했을 수도 있다고 봤다. 또 이번 훈련에 참여한 여단이 특수작전 부대 소속의 항공육전 여단이 포함된 것으로 추정했다.
이 씨는 "저희도 가끔은 타 부대에 임시 배합돼 훈련하기도 했다"며 "저는 함경남도 리원에 있는 11군단 87 경보병 여단인데, 김정은이 7군단 함경남도 주둔 부대를 방문해 현지 시찰했다가 '어디가 약하다'고 하면 그곳에 임시 배합이 되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예전에는 차력 훈련 같은 것만 했는데 요즘엔 드론도 보이고 시가전(건물이 밀집된 거주지역에서의 전투) 등도 하는 것을 보니까 우크라이나에서 배운 전술을 평양시 외곽에서 지금 하고 있구나"라고 생각했다며 "평양시 침투는 곧 서울시 침투와 같은 개념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에 평양시를 보위한다는 차원보다는 침투가 가능한 부대도 동시에 키운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이 씨의 주장에 힘을 한층 더 실어주는 것은 지난 9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전승절 행사에 참전했던 북한군 지휘관들이 등장한 영상이었다. 영상에서 북한 장병 5명은 한명씩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관등성명을 대고 악수하는데, 그중에는 '총참모부 525구분대 중장'이라고 말한 김명철이 있었다.
이를 본 이 씨는 "키이우에도 525부대를 보냈다면 '요인 암살을 아직 포기한 것은 아니구나'라고 생각했다"며 "결국 침투 훈련에 대한 방향성을 배우려고 이런 모의 훈련을 진행하고 나중에 이 훈련의 목적은 언제든 서울로 바뀔 수도 있다"고 말했다.
525 특수작전대대는 요인 암살 등 후방 침투 임무를 목적으로 창설된 특수부대로 총참모부 직속으로 편제되어 평양 인근에 배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2016년에는 청와대 본관 모형을 설치해 이를 타격하는 훈련을 실시하기도 했으며 격술 보급기지로도 잘 알려져 있다.
전 북한 인민군 장교 박유민 씨도 지난 19일 서을 영등포구 전경련회관에서 진행한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러시아에 파병한 부대 특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그는 러시아 전승절 영상에 나온 지휘관 장병들의 소속 부대들을 언급하며 "총참모부는 한국으로 치면 합동참모본부(합참) 중에서도 제일 핵심이고 전군을 움직이는 핵심 부서라고 보면 된다"며 이들이 중요한 임무를 맡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고 말을 아꼈다.
이어 "정찰총국 부대들은 그냥 어느 고지를 점령하기 위해서 우리 한국이나 미국과 싸우는 부대가 아니라 유사시 전쟁 때 후방에 침투해서 교란 작전을 하는 이런 부대들이기 때문에 중요 타격 대상 임무에 투입되는 부대인데 그게 정찰총국 산하 부대들이니 정찰총국 간부가 갔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자신의 경험 따르면 북한이 공개한 수도방어군단 제60훈련소에 11군단만 있었던 건 아니었을 것이라고 봤다. 평양 근방에 있던 부대가 다 같이 평양시 외곽을 지키는 수도방어사령부에 모여 합동 훈련을 진행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박 씨는 "그 훈련장에는 다양한 부대들이 와서 훈련하는 것으로 보이고, 그중에 하나의 군단이 11군단이라고 이해하면 된다"며 "김정은은 훈련을 강조하는 차원에서 봐준 건데, 한 개의 훈련만 보는 게 아니고 거기에는 다양한 부대가 와서 같이 훈련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이라고 추정했다.
북한은 김정은의 이번 훈련 참관 소식을 전하면서 '만능 대대 기준 돌파'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박 씨는 이에 대해 "새로 나온 단어는 맞다"면서도 "같은 뜻의 다른 명칭이 예전에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게릴라전, 야간전, 가릴 것 없이 모든 것을 막힘없이 할 수 있는 '만능 병사'라는 말이 있었다"며 "과거엔 병사 개인에 요구했다면 지금은 그 개념을 부대로 옮긴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했다.
박 씨는 이번 훈련대회 영상에서 눈에 띄었던 점은 야시경을 착용한 병사들이었다고 했다. 장비가 강화된 모습을 지켜보면서 그는 과거 훈련에서도 '흉내를 많이 내는' 보여주기식이 많았다고 토로하며 "북한은 워낙 쇼를 잘하기 때문에 모든 군인이 저렇게 무릎보호대나 그런 것을 착용할 수 있는 여건이 절대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씨도 1998년 입대해 2003년 제대 전까지 참가한 '전투 훈련 판정 연습'에서 '만능 병사'가 되도록 훈련을 받았다고 말했다. 당시에도 북한은 침투, 폭파, 요인 암살, 테러, 점령지 및 퇴로 확보 등 개척부터 마지막 퇴각까지 모든 걸 다 완벽하게 할 수 있을 정도의 훈련을 진행했으며 이런 훈련을 가장 특화된 부대가 525부대라고 이 씨는 강조했다. 그러면서 거기서 또 추려진 군 부대가 생겼을 수도 있다고 봤다.
'일당백'을 요구하는 이러한 종합 훈련에 참여하는 북한 군인들 입장은 어떨까. 박 씨는 모두 이들이 상명하복하며 훈련에 참여할 뿐 기본 마음가짐은 일반 남한의 군인과 비슷할 것이라고 봤다.
북한 정부는 '실전'을 강조하며 제대로 된 현대전 준비를 요구하고 있지만 현실에서는 다들 마음속으로 '훈련이 더 힘들어지겠구나, 더 고달파지겠구나'를 걱정한다는 것이다.
한편 이 씨는 북한의 해군력과 공군력은 한국과 비교할 수 없이 열악하지만 최근 실전 경험을 했다는 것만으로도 일반 군인들은 한국과의 육탄전에 있어서 자신감이 붙었을 수도 있다고 예측했다. "안 그래도 북한 군인들은 주기적으로 정치학습을 받아서 한국군을 우습게 보는데 우크라이나와의 전투에서 승리했다는 사실을 TV를 통해 보여주기도 했으니 자신감이 붙은 데다가 지휘 체계를 강화한다니까 솔직히 이제는 조금 두려운 마음도 든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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