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영동대로 지하화' 공사비 청구 간소화…서울시 규제 개선
건설시장 유동성 확보 위해 '약식 기성' 새 기준 마련
공사 진행규모 80%에 맞춰 선지급…정기 검사 통해 보완
- 오현주 기자
#. 서울에서 중소건설사를 운영하는 '나급해' 씨(가명)는 몇 년 전 공사대금을 매달 받기 위해 약식 기성(공사 진행에 따라 받는 대금)을 신청했다. 하지만 감리 측이 정식 기성 수준의 증빙서류를 요구해 오히려 업무 부담이 더 커졌다. 그는 "간소화를 기대했지만 실제로는 정식보다 서류가 더 많았다"고 말했다. 결국 나 씨는 지금도 2~3개월에 한 번씩 정식 기성으로 대금을 청구하고 있다.
(서울=뉴스1) 오현주 기자 = 이처럼 실효성이 떨어졌던 약식 기성 제도가 이르면 6월부터 개선될 전망이다. 1조 원대 규모의 '영동대로 지하화' 공사를 포함해 서울 주요 공사 현장에서 공사대금 청구 절차가 간소화되고, 지급 주기도 빨라질 예정이다.
그간 약식 기성은 제도적 운영 기준이 미흡해 감리 측에서 과도한 서류를 요구하는 등 실효성이 떨어졌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에 서울시는 공사 현장의 유동성 확보와 규제 완화 기조에 따라 세부 기준을 마련해 시범사업에 나선다.
15일 서울시에 따르면 다음 달부터 영동대로 지하화 현장 등 서울 주요 공사장 7곳에서 약식 기성제도 활성화 시범사업을 추진한다. 건설경기 침체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건설사의 유동성 확보를 위해서다. 이는 서울시의 규제철폐 기조의 일환이다.
시범사업 대상지는 △영동대로 지하공간 복합개발사업 4공구(롯데건설·1조 7459억 원) △국제교류 복합지구 도로개선 2공구(현대건설 외 1곳·3349억 원) △위례선(트램) 도시철도 건설공사(한신공영·3030억 원) △서울 도시철도 9호선 4단계 2공구 건설공사(2506억 5000만 원·태영건설) △국회대로 지하차도·상부 공원화 2-1공구(코오롱글로벌 외 2곳·2246억 원) △서울 창조산업 허브 조성공사(쌍용건설 외 1곳·957억 원) △한남대교 남단·양화대교 북단 사고위험 도로 구조 개선공사(파워개발·216억 원) 다.
'기성'은 전체 공사가 완료되기 전에, 이미 시공된 분량만큼 건설사가 비용을 청구해 지급받는 제도다. 통상 월 2회 정도 약식 기성을 청구하고, 1회 정식 기성으로 정산하는 구조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약식 기성의 활용도가 낮다. 전국 공사현장에서 약식 기성을 활용하는 비율은 30% 수준에 머물러 있다.
관련법상 약식 기성은 공사 감독관의 ‘조서 확인서’와 ‘기성 내역서’만으로도 대금을 청구할 수 있게 되어 있지만, 감리 측에서는 정식 기성 수준의 증빙서류를 요구해왔다. 이에 따라 건설사들은 공정별 세부자료와 품질시험서 등 불필요한 자료를 추가로 준비해야 했고, 이로 인해 업무 부담이 과도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서울시는 일부 현장을 대상으로 구체적인 약식 기성 기준을 적용하기로 했다. 매월 진행한 공사량을 근거로 산출된 공사 진행률의 80%에 맞춰 대금을 선지급하기로 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해외 사례와 일부 공공기관의 운영 기준을 참고해, 약식 기성금액을 예정 공정률의 80% 수준에서 추정 산정하도록 했다"며 "정식 기성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오차는 이후 철저히 보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동안 약식 기성의 기준이 불명확해 실질적인 활용이 어렵다는 현장의 목소리가 많았다"며 "이번 기준 제시는 특히 중소 건설사의 현장 유동성 위기 해소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시는 시범사업의 효과를 점검한 뒤, 내년부터는 모든 시 발주 공사에 해당 기준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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