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닦아도 닦아도 검댕이"…금호타이어 정문 앞 상인들 망연자실
"파마 손님 못 받아요" 미용실·식당 등 줄줄이 피해 신고
광산구 피해 접수 개시…진화율 95%에도 생활 불편 계속
- 박지현 기자
(광주=뉴스1) 박지현 기자 = "숨을 못 쉬겠어요. 마스크 두 개 써도 냄새가 다 들어와요. 장사는 아예 접었어요."
20일 오전 광주 광산구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정문 앞.
대형 화재가 발생한 지 나흘째 비가 내려 연기는 그쳤지만 정문 인근 식당 등 상인들의 피해는 지속되고 있다.
인근 주민들은 방진 마스크 위에 KF94 마스크를 이중 착용하고 있었고 일부는 눈 따가움을 피하기 위해 선글라스를 끼고 외출에 나섰다.
정문 앞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최 모 씨(70·여)는 나흘째 식당 문을 열지 못하고 있다.
식당에 까맣게 내려앉은 검은 분진은 닦아도 닦아도 끝이 없다.
최 씨는 "어제는 식탁을 닦아내다 닦아내다 검은색 가루가 계속 묻어나와 울 뻔했다. 망연자실했다"고 눈물을 머금었다.
최 씨는 화재 당일에는 소방대원들을 위해 화장실을 개방하기도 했다.
그는 "마스크 두 개를 겹쳐 썼는데도 목이 아파서 약을 타 먹고, 눈 시리고 어지럽다"며 "정문 앞 상가들도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하소연했다.
최 씨는 식당에서 제공할 채소를 직접 키워왔지만 연기로 인해 모두 버려야 한다며 울상을 지었다.
정문 앞마당에 최 씨가 키우던 상추와 마늘에는 검은색 분진이 내려 앉아 있었다.
한 70대 남성 주민은 집 옥상을 보여주며 "가족들이 먹으려고 직접 키운 마늘, 고추, 감자잎이 죄다 시커멓게 됐다"며 "자동차도 세차했는데도 연기 타고 내려앉은 찌든 때가 안 닦인다"고 말했다.
근처 미용실을 운영하는 김 모 씨(63·여)도 나흘째 파마 손님을 받을 수 없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김 씨는 "손님이 1시간 넘게 앉아있어야 하는데 그 냄새 맡고 버티겠냐"며 "짧게 끝나는 남성 커트 손님만 받는다"고 했다.
정문 인근에는 지난 18일까지 소방통제선이 쳐져 있어 일반 주민의 이동이 제한되기도 했다.
광산구는 이날부터 28일까지 송정보건지소 1층에 피해 접수처를 마련해 신체 이상, 영업 피해, 재산 피해 등을 신고받고 있다. 전날 오후 5시 50분 기준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화재 관련 피해 신고는 총 1087건으로 집계됐다.
소방당국은 지난 18일 주불을 완전히 잡았으며 현재 진화율은 95% 수준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남은 잔불과 연기, 오염된 주변 환경은 여전히 주민들을 불안에 떨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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