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뉴스1) 박지현 기자 = 5·18민주화운동 45주기를 맞아 17일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는 추모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한강 작가의 소설 '소년이 온다'의 실제 인물 문재학 열사의 묘소는 발길이 가장 잦았다. 윤상원 열사와 무명열사 묘역에도 묵념과 헌화가 이어지며 시민들은 고개를 숙였다.

가족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행불자들의 비 앞에서도 묵묵한 추모가 이어졌다. 말없이 비석을 어루만지는 손길마다, 45년 전 그날을 기억하려는 마음이 담겨 있었다.

학생들은 손에 든 카메라로 묘비 하나하나를 담았고, "비상계엄은 잘못됐다"는 외침이 적막한 공간에 울려 퍼졌다.

일본민주의료기관연합 방문단은 해설사의 안내를 따라 열사들의 항쟁사를 들었고, 전국대학생진보연합 학생들은 휴대전화로 묘소 설명을 기록하며 열사들의 뜻을 되새겼다.

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차별 없는 세상이야말로 오월 정신의 실천"이라고 외친 후 참배에 나섰다.

시민들은 이번 45주기를 그 어느 해보다도 깊게 받아들였다.

전북 임실에서 온 채정완 씨(56) 부부는 "시민들이 잠든 새벽에 기습적으로 선포된 비상계엄을 막아낸 건 오월영령들의 힘"이라며 참배 이유를 밝혔다.

대학생 이유민 씨(22·여)는 "지난 12월 교과서로만 보던 비상계엄을 직접 들으니 무서웠다. 5월 열사들 덕분에 저지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 기행에 참여했다"며 "앞으로 더 많이 알고, 잊지 않아야겠다"고 다짐했다.

유승민 전 의원도 민주묘지를 찾아 "비상계엄 사태 이후 더 많은 시민이 이곳을 찾고 있다"며 "민주공화국의 헌법 가치는 끊임없이 지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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