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의 역설' 더 비싸고 더 커진 대형 SUV 인기…10만대 돌파 기세
올 1~4월 준대형급 이상 SUV 판매량 3.6만대, 전년비 4.3% 증가
신형 팰리세이드 주도…아틀라스·익스플로러 등 수입차 가세
- 이동희 기자
(서울=뉴스1) 이동희 기자 =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전성시대다. 국산은 물론 수입차 브랜드까지 준대형급 이상 SUV 모델을 잇달아 출시하고 있다. 지금 추세가 이어진다면 올해 시장 규모가 10만 대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 불황과 협소한 주차 공간 등 어려운 판매 여건에서도 보다 쾌적한 실내 공간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28일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1~4월 준대형급 이상 SUV 신차 판매량은 3만 6558대다. 지난해 같은 기간 3만 5036대 대비 4.3% 증가했다.
국내 대형 SUV 시장 규모는 약 10만 대 수준이다. 현대차(005380) 팰리세이드와 제네시스 GV80 등 인기로 연간 판매 대수는 △2022년 10만 6038대 △2023년 10만 7198대 등으로 2년 연속 10만 대 이상을 기록했다. 지난해는 3세대 팰리세이드 출시를 앞두고 대기 수요가 발생하면서 8만 5041대로 감소했다.
업계는 올해 준대형급 SUV 시장 규모가 다시 10만 대 안팎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팰리세이드를 비롯한 주요 업체의 대형 SUV 출시에 따른 신차 효과 때문이다.
팰리세이드는 올해 1월 6년 만의 3세대 완전변경 신차로 돌아왔다. 3세대 모델은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처음으로 추가하며 더 관심을 모았다. 출시 넉 달 만에 1만 6288대를 판매하며 해당 분야 판매량 압도적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최근 하이브리드 모델 고객 인도를 시작한 것을 고려하면 팰리세이드 인기는 당분간 고공행진할 것으로 관측된다. 최근 국내 자동차 시장 판매 침체에도 팰리세이드 하이브리드 모델은 약 7개월의 대기 기간이 있을 정도다.
제네시스의 GV80도 꾸준한 인기다. GV80은 올해 1만 1547대를 판매하며 준대형급 이상 SUV 판매량 2위를 기록 중이다. GV80은 지난해 4만 대 이상 팔리며 준대형급 이상 SUV 판매 1위에 오른 바 있다. 이 밖에 현대차의 대형 전기 SUV '아이오닉 9'도 1929대로 3위를 차지했다.
업계는 여전한 대형 SUV 인기를 두고 '불황의 역설'이라고 평가한다. 통상 불황의 시기에는 경차와 소형차 등 상대적으로 가성비가 뛰어난 차량이 더 잘 팔린다. 하지만 최근 캠핑 등 야외 활동이 늘고 쾌적한 실내를 선호하는 소비자가 증가하면서 불황과 관계없이 대형 SUV를 찾고 있다는 분석이다. 완성차 업체의 기술력 향상으로 넓은 공간에서 누릴 수 있는 실내 거주성은 더 개선했다.
업계 관계자는 "차가 단순 이동을 넘어서 또 하나의 거주 공간으로 자리를 잡으면서 실내 거주성 측면이 이전보다 더 중요해졌다"며 "판매량을 보면 가격이 비싸지만, 값을 지불하는 소비자가 꾸준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대형 SUV 시장 개화로 국산차뿐 아니라 수입차 업체도 판매 라인업을 강화하고 있다.
폭스바겐코리아는 지난 26일 준대형 SUV '아틀라스'를 국내 처음으로 출시했다. 그동안 SUV 본고장으로 불리는 미국에서 2017년부터 판매했던 모델을 국내서도 선보이며 판매 반등의 발판으로 삼겠다는 계획이다. 틸 셰어 폭스바겐코리아 대표이사 사장은 "대형 SUV 수요가 커지는 한국 시장에서 아틀라스가 색다른 가치를 제시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포드코리아는 지난해 11월 국내 판매 대표 모델인 준대형 SUV '익스플로러'의 6세대 부분변경 모델을 출시했다. 포드코리아는 익스플로러 출시 이후 본격적인 판매 상승세를 보였다. 올해 1~4월 1898대를 판매하며 전년 동기(1244대) 대비 52.6% 증가했다. 캐딜락은 에스컬레이드 부분변경 모델 출시 당일 3개월 치 물량을 완판했다. SUV 라인업을 주력으로 하는 랜드로버 역시 1년 전보다 33.4% 늘어난 1629대를 팔았다.
yagoojoa@ir7th.shop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