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덕현 삼성전기 사장 "美 스마트폰 관세, 필요시 공급망 재편해야"
"유리기판 파일럿 생산 막바지…올해 美 빅테크 2~3곳 샘플링"
필리핀 공장 증설 계획 "필리핀 정부와 구체적으로 협의 중"
- 최동현 기자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장덕현 삼성전기(009150) 사장은 2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음달 말부터 수입산 스마트폰에 대해 최소 25%의 관세 부과를 예고한 것과 관련해 "중장기적으로 필요하다면 공급망을 재편하던지 여러 가지 방안을 생각해 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장 사장은 이날 서울대 공과대학 재료공학부가 개최한 'SNU-MSE 콜로퀴움' 행사에 강연자로 참석하기 전 기자들과 만나 "단기적으로 공급망 점검을 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장 사장이 공급망 재편 가능성을 내비친 것은 처음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3일(현지시각) 사회관계망서비스와 백악관 간담회를 통해 애플과 삼성전자를 직접 거명하며 "최소 25%의 관세를 내야 할 것이고, 그것(관세 부과)은 아마 6월 말쯤 시작될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삼성전기는 삼성전자와 애플에 주력인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와 카메라 모듈, 반도체 기판을 공급 중이다. 하지만 생산 공장은 국내 3곳(수원·세종·부산)과 해외 4곳(중국 천진·고신, 베트남, 필리핀)에 있다. '스마트폰 관세'를 피할 수 없는 구조다.
장 사장은 미국이 수입산 스마트폰 관세를 부과할 경우, 삼성전자와 애플 등 완성품(세트) 업체가 부품 공급사에 단가 인하를 압박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단가 인하는) 조금 이른 것 같다"며 "아직 (관세 부과 여부가) 확정적인 것이 아니기 때문에 조금 더 (추이를) 살펴야 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장 사장은 올해 2분기부터 세종사업장에서 파일럿(시제품) 생산을 예고했던 유리기판에 대해선 "현재 파일럿 라인을 만들어서 올해 중 적어도 2~3곳의 미국 빅테크에 샘플 공급을 할 생각"이라고 했다. 파일럿 생산 여부에 대해선 "(생산 준비의) 거의 막바지 단계에 왔다"고 했다.
유리기판은 '꿈의 기판'으로 불리는 차세대 반도체 핵심 소재다. 기존 실리콘 인터포저 방식의 기판 대비 속도는 40% 빠르고 전력 소비량과 패키지 두께, 생산기간은 절반 이상 줄일 수 있어 반도체 공정의 '게임 체인저'로 꼽히고 있다.
삼성전자가 2028년부터 실리콘 인터포저를 글라스 인터포저로 전환하는 계획을 수립한 것에 대해서는 "삼성전자도 반도체 회사이고, 반도체 회사는 다 삼성전기의 고객"이라며 "삼성전자와 당연히 협력 중이고, 삼성전자뿐 아니라 많은 빅테크 인공지능(AI)과 서버를 만드는 회사는 모두 우리의 고객"이라고 했다.
장 사장은 필리핀 공장 증설 투자와 관련해서는 "MLCC 수요에 대해서는 중장기적으로 저희가 굉장히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며 "필리핀 정부와도 (증설 투자에 대해) 구체적인 협의는 진행되고 있다"고 사실상 증설 투자 계획을 확인했다.
장 사장은 삼성전기가 2분기부터 AI 가속기용 플립칩 볼그리드어레이(FC-BGA)에서 유의미한 매출 실현을 예고한 것에 대해선 "FC-BGA 시장은 중장기적으로 확실히 커질 것으로 본다"며 "현재 제일 나은 시장은 AI와 서버 시장이고, 현재로서 예측 가능하게 좋은 시장"이라고 했다.
한편 장 사장은 이날 강연에 대해 "학부생들에게 미래 혁신에 대해 이야기하고, '공대 오길 잘했다'고 말할 생각"이라며 "엔지니어가 앞으로 할 일 많다"고 했다.
서울대 전자공학과 출신인 장덕현 사장이 모교를 찾아 강연에 나선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해 4월에도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에서 강연했다. 같은 해 10월에는 포항공대(포스텍) 신소재공학과를 찾아 강연했다. 국내 유수의 이공계 학부생들과 매년 소통하며 미래 인재를 선점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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