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갤럭시 25% 관세…"애플·삼성이 8할, 스마트폰 생태계 흔들"
트럼프, 내달 말부터 관세 예고…"단가 압박 or 매출 감소" 우려
- 최동현 기자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삼성전자와 애플을 콕 짚어 '관세 칼날'을 겨누면서 국내 업계의 시름이 또다시 깊어졌다. 미국에서 생산하지 않은 스마트폰과 IT 기기에 최소 25% 관세를 매기겠다는 것인데, 삼성전자와 애플에 전자 부품을 공급하는 '중간재 생태계'까지 사정권에 들게 됐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3일(현지시간)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나는 미국에서 판매되는 아이폰이 인도 혹은 다른 나라가 아닌 미국에서 제조되기를 바란다고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에게 오래전에 알렸다"며 "그렇지 않다면 애플은 최소 25%의 관세를 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날 백악관 집무실에서 애플에만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다른 곳들도 있다. 삼성과 그 제품(스마트폰)을 만드는 모든 기업도 마찬가지"라며 삼성전자를 직접 거론했다. 이어 "그것(관세 부과)은 아마 6월 말쯤 시작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일명 '스마트폰 관세'를 밀어붙이면 양사 모두 최소 25%의 관세를 피할 길이 없다. 애플은 내년 말까지 미국에서 판매되는 6000만 대 이상의 아이폰을 전량 인도에서 조달할 계획이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생산 시설도 경북 구미, 베트남, 인도, 브라질, 인도네시아 등 미국 외부에 있어서다.
스마트폰 관세는 삼성전자와 애플에 의존하는 '전자부품 생태계' 전반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이 더 큰 문제다.
삼성전기는 삼성전자와 애플에 주력인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와 카메라 모듈, 반도체 기판 공급 중이다. LG이노텍은 애플에 카메라 모듈과 반도체 기판을 공급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도 각각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을 삼성전자와 애플에 공급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애플이 부품 업체에 미치는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삼성전기는 3대 사업 부문 모두 삼성전자·애플이 핵심 고객사다. LG이노텍도 애플이 최대 고객사로 전체 매출의 80% 이상이 애플에서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도 지난해 기준 전체 매출에서 중소형(스마트폰용) OLED가 차지하는 비중이 각각 90%, 55%에 달한다.
스마트폰 관세가 현실화할 경우, 부품 업계에 미칠 충격 시나리오는 크게 두 가지다. 먼저 양사가 스마트폰 가격을 올리면 부품사는 판가 인하 압박에서 자유롭지만 스마트폰 수요가 줄어들 수 있다. 반대로 스마트폰 가격이 동결되면 부품사는 공급 단가를 낮추는 방식으로 '고통 분담'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
업계는 삼성전자와 애플이 스마트폰 가격을 높이는 식으로 관세에 대응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애플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폭탄'에 대응해 가격 인상을 꾸준히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애플이 오는 9월 출시하는 아이폰17 시리즈의 가격 인상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애플과 삼성전자가 당장 미국에 공장을 짓는다고 해도 (트럼프 임기 종료 전까지) 준공이 불가능하다. 생산기지 이전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시나리오"라며 "남은 옵션은 가격 인상이냐, 가격 동결이냐인데 (애플과 삼성전자가) 서로 동향을 곁눈질하며 비슷한 전략을 취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부품업계 입장에선 삼성전자와 애플이 최대 매출처인 만큼, 어떤 시나리오든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한국경제인연합회가 수출기업 150개 사를 설문해 이날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 기업들은 미국 관세 정책이 지속될 경우 올해 매출액이 전년 대비 평균 4.9% 줄어들 것이라고 응답했다. 이중 전기·전자 관련 기업들은 평균 매출 감소 폭을 8.3%로 전망해 평균치보다 높았다.
업계 관계자는 "애플과 삼성전자가 서둘러 트럼프 행정부와 협상을 벌일 것으로 보여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관세 부과로 미국 내 스마트폰 수요가 감소하면 미국 내수도 그만큼 침체하는 것이기 때문에 (트럼프 행정부도) 이 점을 고려할 것"이라고 했다. 다른 관계자도 "다음 달 우리나라도 새 정권이 출범하면 곧장 미국과 협상에 나서지 않겠나"라며 정상 간 빅딜을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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