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테슬라 -16.3%·구글 -5.1%"…'미장' 몰려간 서학개미들 곡소리
연초 이후 국장보다 미장이 더 부진…'빅테크7' 주춤
'관세폭탄+소비부진'에 경기 둔화 우려…변수는 엔비디아 실적
- 신건웅 기자
(서울=뉴스1) 신건웅 기자 = 지난해 약진이 두드러졌던 뉴욕증시가 주춤하면서 서학개미도 잠 못 이루고 있다. 가장 많이 보유 중인 테슬라는 연초 이후 16% 넘게 하락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후 관세 부과에 따른 불확실성 속 소비심리마저 꺾이면서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진 탓이다. 남은 변수는 엔비디아 실적이다. 기대치를 뛰어넘을 경우 인공지능(AI) 모멘텀이 지속될 수 있지만, 부진할 경우 조정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25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서학개미가 보유 중인 미국 주식은 모두 1154억 5974만 달러(164조 8765억 원)에 달한다. 코스피 시가총액 2위인 SK하이닉스(149조 2405억 원)를 사고도 남는 돈이다.
지난해 미국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가 23.3%, 나스닥 지수가 28.6% 오르는 등 랠리를 이어가면서 2023년 말(680억 2349만 달러)보다 474억 3625만 달러(67조6631억 원·69.7%)나 늘었다.
다만 올해 분위기는 심상찮다. 연초 이후 S&P(2.24%)와 다우존스(2.08%), 나스닥(1.10%) 모두 상승하긴 했지만 코스피(10.24%)와 코스닥(14.03%) 수익률에 뒤처졌다.
특히 최근 1주일만 보면 S&P500은 1.66% 하락했다. 다우존스와 나스닥도 나란히 2.51% 내렸다. 같은 기간 코스피와 코스닥이 각각 1.34%, 0.63% 상승했다.
서학개미가 보유 중인 대다수 종목이 힘을 쓰지 못했다. 218억 8925만 달러(31조 2425억 원)나 보유한 테슬라는 연초 이후 16.35%, 최근 5일간은 6.32% 하락했다. 지난해 급등분을 반납하며 트럼프 취임 전 수준으로 돌아왔다.
서학개미 보유 종목 2위인 엔비디아는 연초 이후 0.1% 올랐지만, 5일 동안 1.43% 하락했다. 엔비디아는 서학개미 보유 규모가 126억8798만 달러(18조 1121억 원)에 달한다.
3위인 애플 주가도 연초 이후 1.94% 빠졌다. 같은 기간 다른 '빅테크7'인 구글(알파벳)(-5.09%), 마이크로소프트(-3.15%), 아마존(-1.28%)도 약세였다. 메타만 16.74% 올랐다.
미국 장이 흔들리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관세 전쟁에 나서면서 물가 불안이 커졌고, 소비심리까지 악화하면서 경기 둔화 우려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실제 미국 최대 유통사이자 소비의 바로미터인 월마트는 트럼프의 관세 폭탄으로 상품 가격이 올라갈 것을 우려해 올해 매출 전망을 낮게 잡았다.
경제지표에도 불안이 묻어났다. 미시간 대학의 2월 소비자 심리지수는 64.7로, 시장 전망치(67.8)를 밑돌았다. 특히 소비자들의 인플레이션 전망은 4.3%를 기록해 2023년 11월 이후 가장 높았다.
제조업 지표도 이상 징후를 보였다. 구매관리자지수(PMI) 예비치는 2월 기업활동 성장률이 거의 정체에 가까운 것으로 나타났다.
월가에서도 경고가 나왔다. '투자의 달인' 워런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해서웨이는 지난해 말 현금 보유액이 3342억 달러(약 480조 7467억 원)에 달하며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10분기째 현금 보유액을 늘렸지만 9개 분기 연속 주식을 순매도했다.
김승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소비'가 둔화되고 '물가'가 높아질 경우 증시의 추가 하락 가능성은 높아질 것"이라며 "중소형주 중심의 러셀2000이 빠르게 하락할 수 있고 변동성 지수(VIX)는 높아질 여지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이를 반전시킬 수 있는 변수는 수요일 예정돼 있는 엔비디아의 실적 발표"라며 "블랙웰 출시 및 판매 관련 데이터가 이번 엔비디아 실적에 반영돼 있기 때문에, 예상을 넘는 실적이 발표될 경우 AI 모멘텀 플레이가 이어질 수 있다"고 기대했다. 다만 "엔비디아 실적이 '무난'한 수준에 그칠 경우 증시 조정 흐름은 이어질 여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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