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금리가 5%로?"…'혼합형 대출' 5년 지난 차주들 멘붕[영끌의 역습]①
저금리 믿고 '영끌' 나선 청년들…'DSR 장벽'에 갈아타기도 막혀
"금리 예측 전문가도 못해…대출 이자 더 보수적으로 계산해야"
- 김근욱 기자, 김도엽 기자
(서울=뉴스1) 김근욱 김도엽 기자 = "5년 전에 대출 받았는데, 5년 지나니까 금리가 5%를 넘었다는 문의 전화가 계속 오네요."
서울 송파·서초에서 활동하는 한 시중은행 대출상담사는 요즘 "이자가 너무 올랐다"는 고객들의 전화가 끊이지 않는다고 했다. 부동산 급등기에 막판 '영끌 열풍'이 불었던 2020년 당시 2%대의 금리로 혼합형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받았던 차주들이 최근 5년 만에 금리 재산정 시점을 맞으면서, 대출 금리가 4~5%대로 급등했기 때문이다.
혼합형은 대출 초기 5년간 고정금리를 적용한 후 변동금리로 전환되는 구조다. 은행권은 그간 순수 고정금리보다는 혼합형 상품을 중심으로 주담대를 공급해왔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2020년 1~3월 혼합형 주담대 대출금리는 2.42~2.47%로, 중간값은 2.44% 수준이었다. 반면 이달 23일 기준 5대 은행(국민·하나·신한·우리·농협)의 변동금리는 3.97~6.07%로, 중간값은 5.02%에 이른다.
금리 상승은 '이자 부담'으로 직결된다. 예를 들어 5억 원을 연 2.44% 금리로 빌렸을 경우(30년 만기·원리금 균등상환) 매달 상환액은 약 196만 원이지만, 금리가 5.02%까지 오르면 월 납입액은 약 269만 원으로, 70만 원 이상 늘어난다.
심지어 금리를 낮출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 '대출 갈아타기'(대환 대출)조차 어려운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한 은행권 대출모집인은 "DSR 규제에 걸려 아예 갈아타기 자체가 불가능한 경우도 많다"며 "2020년에는 DTI 기준만 적용됐기 때문이다"고 했다.
DTI(총부채상환비율)와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은 모두 차주의 상환 능력을 평가하는 지표지만, 적용 방식과 강도는 다르다. DTI가 연소득 대비 주택담보대출 중심의 '이자 부담'만을 따진다면, DSR은 주담대뿐 아니라 신용대출 등 모든 대출의 '원금+이자' 상환액을 기준으로 삼는다.
금융당국이 개별 차주에게 DSR 규제를 본격적으로 적용한 시점은 2021년 7월부터다. 결국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차주가 받을 수 있는 한도 자체가 줄어들었고, 이미 한도를 꽉 채워 대출을 받은 차주들은 갈아타기까지 제약이 생긴 셈이다.
이 대출모집인은 "대출 한도가 줄어들다 보니 기존 대출을 다른 상품으로 바꾸는 것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결국 2%대 금리가 5%까지 뛰었는데도 울며 겨자먹듯 대출을 유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DSR 규제에 막히지 않더라도, 2020년 대출 차주들에게 '갈아타기'는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주담대는 통상 3년이 지나면 중도상환수수료가 사라져 갈아타기가 가능해지지만 금리 여건이 우호적이지 않았다. 대출모집인은 "2023년부터 이미 평균 금리가 4.5%까지 올라 있기 때문에 갈아탈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을 것이다"고 했다.
지난 2020년은 한국에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 열풍이 정점에 달한 시기였다. 코로나19 여파로 '0%대 초저금리' 시대가 열리면서, 대출을 활용한 부동산 투자와 자산 확대에 대한 수요가 급격히 불어났다.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2020년 3월 0.75%로 인하한 뒤, 2021년 11월 1%로 복귀할 때까지 약 1년 8개월간 0%대 금리를 유지했다.
우병탁 신한은행 WM컨설팅센터 팀장은 "1금융권을 넘어서 2금융권, 사적 대출까지 동원한 '영끌' 현상이 사회적 문제로 부각됐던 시기였다"며 "특히 기성 세대들보다 자산과 소득이 부족한 청년 세대들의 조급함이 영끌 현상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후의 흐름이었다. 미국은 2022년 3월 이후 치솟은 물가를 잡기 위해 0%대 금리를 5.5%까지 빠르게 끌어올렸다. 같은해 한국은행도 같은 해 여섯 차례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올리며 대응에 나섰다.
우병탁 신한은행 WM컨설팅센터 팀장은 "금리 변화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영역이다"고 강조한다. 당시 저금리 장기화를 낙관한 소비자들이 과감하게 대출을 받았지만, 결과적으로는 '고금리 장기화'라는 전혀 다른 국면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우 팀장은 "시장 금리는 전문가들조차 확답할 수 없는 영역이다"며 "소비자들은 '감당할 수 있는 대출'을 계산할 때 더 보수적으로, 신중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박동주 우리은행 부동산금융부 부부장도 "많은 분들이 대출을 선택할 때 당시 금리만을 기준으로 판단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전체 상환 구조와 조건이다"며 "현재 부담뿐만 아니라 미래의 재무 여건까지 고려해 여유 있는 상환 계획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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