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발효 전인데" 주춤한 韓수출…트럼프는 '반도체·자동차' 조준
이달 1~10일 일평균 수출액 전년동기比 6.4%↓
내달 12일부터는 철강·알루미늄 25% 관세 부과
- 이정현 기자
(세종=뉴스1) 이정현 기자 = 트럼프발 '관세 폭탄'이 전방위로 확산하는 상황에 우리나라 경제 버팀목인 수출 성장세가 주춤하면서 우려를 낳고 있다. 이달 일평균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6.4% 줄어 2023년 9월(-14.5%) 이후 17개월 만에 최대 감소 폭을 기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철강·알루미늄 25% 관세 부과 발표에 더해 규제 타깃을 한국 수출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반도체·자동차'로 확대를 예고해, 관세 영향이 본격화할 경우 수출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13일 관세청 등에 따르면 지난 1~10일 수출액은 148조 7600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0.8% 늘었다. 하지만 이 기간 조업일수가 7일이고, 지난해 같은 기간은 6.5일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일평균 수출액은 22조 7000억 달러에서 21조 3000억 달러로 6.4% 줄었다.
품목별로 반도체(1.8%)와 승용차(27.1%) 등 주요 수출 품목은 증가세를 이어갔지만, 석유제품(-22.3%)과 철강(8.8%), 자동차부품(-27.1%), 가전제품(-33.7%) 등은 중국산 저가 공습 등에 밀려 고전했다.
통상당국은 지난달에도 조업일수 축소 등에 따른 영향으로 월간 수출 실적이 전년 동기 대비 10.3% 줄었지만, 일평균 수출은 7% 증가했다는 점에서 실적 재반등 가능성을 기대했다.
하지만 이달 10일까지 수출 실적이 감소세로 전환함에 따라 '상승 모멘텀' 유지를 위한 대책 마련에 분주해졌다. 수출 전선에 대한 위기감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폭탄'이 현실화하면서 더욱 고조되고 있다.
전 세계를 향한 트럼프발 관세 압박이 현실화하는 상황 속 한국 역시 직접 영향권에 든 상태다. 미국은 내달 12일부터 모든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그동안 한국은 직전 3년간의 평균 수출량의 70%, 연간 263만 톤에 대해선 무관세 쿼터 방식으로 대미 수출을 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종전의 협정과는 상관없이 미국으로 들어오는 모든 철강·알루미늄에 대해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이 같은 발언이 현실화하면 한국 수출 철강제품 값은 25% 뛰게 된다. 가격 경쟁력이 떨어져 수출이 줄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한국의 미 철강 수입 시장 점유율은 9.7%(2024년 기준·미 철강협회 기준)다.
더 심각한 문제는 우리 수출 핵심품목인 반도체, 자동차도 관세 폭탄의 직접 영향권에 놓여 있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철강·알루미늄 관세 부과 조치에 더해 반도체·자동차에 대한 추가 조치를 언급했다. 반도체와 자동차는 한국 수출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수출 1·2위의 핵심 품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0일(현지시간) 모든 수입산 철강·알루미늄에 25% 관세를 부과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 관세 포고문에 서명하면서 "앞으로 몇 주간 철강과 알루미늄뿐 아니라 반도체와 자동차, 의약품에 대해 들여다볼 것이며, 그 외 다른 두어개 품목에 대해서도 볼 것"이라고 언급했다.
현재 한국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대미 수출 차량에 대해 관세가 붙지 않는다. 하지만 관세 부과 조치로, 가격이 뛸 경우 시장 경쟁력 면에서 '가성비'를 앞세운 미국 자동차 회사에 밀려 수출 역시 자연스럽게 급감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 국내 완성차 업체의 수출액 중 대미 수출 비중은 49.1%(한국무역협회 통계 기준)다. 이는 전체 자동차 수출액의 절반에 육박하는 규모다.
지난해 대미 수출 품목 중 2위를 차지한 반도체의 앞날도 장담하기 어렵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반도체의 대미 수출액은 106억 8000만 달러(15조 5300억 원)로 전체 품목 중 2위를 차지했다.
SK하이닉스가 지난해 3분기 거둔 매출액(누적)만 27조 3058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9조 7357억 원)보다 무려 3배 가까운 성장세를 보였다.
같은 기간 전체 매출액 중 미국 매출액 비중은 45.4%에서 13.4%p 증가한 58.8%에 달했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의 미주 매출액도 68조 2784억 원에서 84조 6771억 원으로 24% 증가했다.
그러나 미국이 반도체 관세 조치를 강행할 경우 자동차와 마찬가지로 현지에서의 가격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렵고, 수요 감소는 곧 수출 감소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크다.
정부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부과 조치가 수출 전선으로 이어지는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회의를 다음 주중 연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전날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 겸 경제관계장관회의 겸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다음 주 '수출전략회의'를 개최할 것"이라며 "관세 피해 우려기업에 대한 지원과 수출 품목·지역 다변화를 위한 방안들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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