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밖 감시탑' MSMT 첫 보고서…"러, 北에 '판치르'급 차량 이전"
北, 지난해 방사포탄 등 포탄 900만 발 러시아에 이전
- 노민호 기자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유엔 밖 대북제재 감시체제'로 지난해 공식 출범한 '다국적 제재 모니터링팀'(MSMT·Multilateral Sanctions Monitoring Team)이 '북러 군사 협력'을 주제로 한 첫 보고서를 발간했다고 29일 외교부가 밝혔다.
MSMT는 이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를 노골적으로 위반하는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 협력의 세부 내용을 담은 보고서와 이에 대한 MSMT 참여국의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MSMT에는 한미일 등 11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보고서엔 △북러 간 상호 무기 이전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북러 불법 군사 협력에 활용되는 주요 개인·기업 네트워크 및 운송 수단 △기타 안보리 대북제재 위반 사안 등이 담겼다.
특히 이번 보고서에는 북러 간 이전된 구체적인 무기체계와 지원 시기, 수량, 이동 경로·등이 기술됐다. 그간 추측·정황으로만 알려졌던 북러 간 불법 무기 거래 내막을 사실에 근거해 밝힌 것이다.
MSMT는 보고서에서 "러시아가 북한에 적어도 1대의 판치르급 전투차량을 이전했다"라고 적시했다.
'판치르'는 러시아가 개발한 이동식 야전 방공 시스템으로 러시아 육군의 대공포와 지대공미사일이 복합적으로 운용된다. 그간 군사 전문가들은 북한이 러시아로부터 받을 수 있는 무기체계로 '판치르-S1' 버전을 지목한 바 있는데, 이같은 관측이 사실로 확인된 셈이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북한은 방공망이 취약해 파병에 따른 반대급부로 러시아로부터 도입하고자 했던 것 중 하나가 방공무기"라며 "러시아제 방공미사일 S-300 등은 워낙 가격이 비싸 판치르급 전투차량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MSMT는 또한 러시아가 북한에 탄도미사일 데이터 피드백과 유도성능 개량 기술도 제공했다고 보고서에 기술했다.
MSMT는 북한이 작년 한 해 동안 포탄과 방사포탄 약 900만 발을 러시아 화물선을 통해 49차례에 걸쳐 러시아로 이전했다고 밝혔다. 이 포탄은 러시아 극동 항구에서 중서부 탄약고로 열차로 이동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MSMT는 북한이 컨테이너 2만 개 이상 분량의 D-30 견인곡사포 및 포탄 등을 2023년 9월부터 러시아에 전달했으며, 지난해엔 3개 여단이 사용할 수 있는 분량의 200대 이상의 중포가 북한에서 러시아로 이전됐다고 명시했다.
MSMT는 러시아군 수송항공 사령부(VTA), 러시아 국영항공사 224항공단에 소속된 항공기 정보 등 무기 이전에 사용된 주요 네트워크와 운송 수단을 구체적으로 적시했다.
러시아의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에 따라 제공이 제한된 대북 정제유를 제한 범위 이상으로 공급한 것으로 확인되기도 했다. MSMT는 지난해 4월부터 10월까지 러시아가 북한에 100만 배럴의 정제유를 공급했다고 밝혔다. 유엔 안보리는 지난 2017년 채택한 결의 제2397호를 통해 북한으로 반입되는 정제유 양을 연간 50만 배럴로 제한하고 있다.
MSMT는 지난 2009년 북한의 제2차 핵실험에 대응해 출범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산하 '전문가 패널'의 역할을 대체하기 위해 조직됐다. 대북제재 위반 행위를 모니터링·기록하는 전문가 패널의 임기는 안보리의 투표로 관례적으로 매년 1년씩 연장돼 왔는데, 지난해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임기 연장이 무산되며 해체됐다.
이에 한미일 3국 주도로 지난해 10월 MSMT가 출범했다. MSMT엔 한미일 외에도 영국, 캐나다, 프랑스, 네덜란드, 독일 등 11개국이 참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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